라이즈, 정규 1집 이후 6개월 만의 컴백…'페임'에 담긴 의미는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9 14:39  수정 2025.11.29 17:06

아이돌은 데뷔곡으로 얼굴을 알리고 미니 앨범으로 인지도를 쌓은 뒤, 정규 1집에서 팀의 색을 증명한다. 그 다음 카드는 이 흐름을 한 번 더 끌어올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타이틀이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팬이 공유하는 아이돌 커리어의 교과서적 흐름이다.


ⓒSM엔터테인먼트

그런데 그룹 라이즈는 이 정석 루트에 한 발 비켜 선 선택을 했다. 정규 1집 다음 앨범으로 더 밝고 쉬운 곡 대신 ‘명성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레이지(Rage) 힙합을 들고 나왔다.


28일 음원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라이즈가 지난 24일 발매한 싱글 2집 ‘페임’(Fame)의 동명 타이틀곡은 106위를 기록하며 톱100에서 차트아웃했다.


‘페임’은 라이즈가 처음 도전하는 레이지 스타일의 힙합 곡이다. 레이지 장르는 트랩의 하위 장르로, 강렬한 신디사이저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레이지 장르의 한국 곡으로는 키드밀리 ‘25’, 노윤하 ‘우 와’(WOO WAA) 등이 있으며 케이팝(K-POP) 아이돌로서는 사실상 첫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정규 1집 ‘오디세이’(ODYSSEY)를 발매한 후 6개월 만에 팬들에게 컴백한 반가운 활동이지만, 팬덤 내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과 “중요한 시기에 굳이 이런 어려운 노래를?”이라는 불만이 충돌하고 있다. 2년 전 ‘겟 어 기타’(Get A Guitar)로 대중성을 증명하며 데뷔한 팀이 정반대 지점으로 핸들을 꺾은 것이기 때문이다.


가사 역시 정상을 노리는 3년차 아이돌의 이상향과는 약간 다르다. 라이즈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명성보다 감정과 사랑의 공유라며 스스로의 이상향을 힘주어 말한다. 앨범 발매기념 일문일답에서도 멤버 소희는 “‘페임’은 진짜 내 모습으로 얻어야만 의미있다”, 앤톤은 “‘페임’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좋은 이야기다. 문제는 이 메시지를 어떤 시점에 꺼냈느냐다.


이제 막 정규 1집을 낸 보이그룹에게 그 다음 활동은 더 넓은 무대를 향한 중요한 계단이 된다. 귀에 꽂히는 이지 리스닝,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 화사한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 등에 신경 쓰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라이즈는 계단 앞에 멈춰서서 자신들이 얻은 명성의 허무함을 노래한다. 내면의 솔직함을 다룬 곡이기에 다수의 팬이 원하는 깔끔한 머리 기장, 화려한 의상 역시 없다.


라이즈의 선택이 더 눈에 띄는 건, 비슷한 시기 데뷔한 다른 남자 아이돌들의 행보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데뷔 때 잡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데뷔한 라이즈의 ‘데뷔 동기’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 앨범 ‘후!'(WHO!)부터 ‘동네 친구’ ‘남사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팬덤의 다수를 차지하는 10대 여자팬을 겨냥해 자신감 가득한 꾸러기 모습도 동시에 가져가며 지코가 프로듀싱한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도 잊지 않고 챙긴다.


2024년 데뷔한 투어스는 입학–방학–졸업–20살로 이어지는 서사를 콘셉트로 잡고 학교·동네·일상 같은 소재를 일관되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콘셉트 필름 등을 통해 성숙해진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풋풋한 청춘의 이미지가 있다. 수록곡 스페셜 무대를 제외하고는 갑자기 다크 콘셉트로 튀는 모습은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이밖에도 데뷔 싱글 ‘위시’(WISH)를 시작으로 ‘스테디’(Steady), ‘팝팝’(poppop), ‘컬러’(COLOR)에 이르기까지 엔시티 특유의 네오함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별과 날개 등으로 표현되는 소년미, 일명 ‘위시 코어’를 구축한 엔시티 위시와 데뷔 전부터 ‘늑대 인간’ 세계관을 구축해 무대 위에서는 강하고 다크한 콘셉트, 밖에서는 ‘늑대 가족’ 같은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며 ‘늑대’라는 키워드로 서사를 확장해 나가는 앤팀 등 2022년 이후 데뷔한 남자 아이돌 상당수가 지금까지도 큰 방향은 유지하고 그 안에서 약간의 변주를 취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다시 라이즈로 돌아와서 그들의 일대기를 돌아보면 데뷔곡 ‘겟 어 기타’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싱글 ‘러브 119’ ‘붐붐베이스’(Boom Boom Bass) 등이 모두 대중적인 노선을 따랐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오디세이’ 활동에 맞춰 갤럭시 Z 플립6, 갤럭시 워치, 갤럭시 버즈 등으로 구성된 ‘라이징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팬덤 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공략하는 홍보 전략을 써왔다.


그런데 갑자기 바뀐 활동의 정체성과 더불어 명성이 필요없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나오면 팬덤 내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밖에도 뮤직비디오와 쇼케이스 무대 등 컴백 콘텐츠를 통해 공개된 멤버들의 머리 기장과 의상, 아쉬운 파트 분배 등으로도 불만이 폭주 중이다. 이에 일부 팬들은 회사에 시위 트럭을 보내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페임’의 뮤직비디오 후반부 은석이 기타로 유리창을 부수면 그 안이 불타오른다. 라이즈의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소희는 이 장면이 “멤버들의 내면을 다 태워버리고 성장했다”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임’, 즉 명성은 내가 원할 때 얻지도, 마음대로 놓지도 못한다. 진짜 성장을 이루고 난 뒤에는 정작 그 명성을 원해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팬들이 걱정하는 이유도 바로 그 불안 때문일 것이다.


동시기 남돌들이 변화를 망설이는 사이 가장 먼저 콘셉트의 변주를 준 라이즈. 그들의 시도가 그룹의 하락세에 영향을 줄지, 앞으로의 남돌 판의 다양한 시도를 불러일으킬지는 라이즈의 이번 활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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