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0일 제4차 UNOC 유치 확정
같은 날 장관 사의 표명…대행 체제
부산 이전·북극항로 등 현안 걱정에
김 차관 “흔들림 없이 당면 과제 추진”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해양수산부
지난 11일 진행한 인터뷰 첫머리에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현 장관 직무대행)은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럴 것이 해수부가 부산에 이삿짐을 푸는 첫날 장관의 금품수수 논란이 터졌다. 이튿날 장관이 사의를 밝혔고, 다음날 대통령실은 사의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김 차관은 장관 직무대행이 됐다.
해수부 부산 시대를 열지도 못한 상태, 북극항로 개척은 이제 구체적 계획을 세워보자며 기획단을 꾸리려는 때에 막중한 책임을 김 차관이 짊어지게 됐다.
10일 아시아 최초 UN해양총회(UNOC) 개최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관심은 온통 장관 이슈에 쏠렸다.
UNOC 유치와 부산 이전, 북극항로 개척 등 다양한 현안에 관해 이야기하려 만든 인터뷰 자리였지만, 첫 질문은 사의를 밝힌 장관에 관한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인터뷰 당시는 전재수 전 장관이 사의 표명만 했을 뿐, 대통령실에서 이를 수용하진 않았던 때다.
“사료가 수리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우리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건 착실하게 잘 마무리해야 한다. 이후 당면한 현안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해 나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본다. 부산 이전이나 이런 부분에 (장관 사의 표명이) 어떤 영향을 줄 건 없다. 준비된 일정들을 차질 없이 잘 진행될 거라 믿는다.”
대형 악재 속에서도 김 차관은 UNOC 유치 의미를 알리려 애썼다. 아시아 최초 개최이자, 해양 강국 위상을 세계에 알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은 3년 동안 행사를 잘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총회 유치 목적을 최종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국민적 지지가 꼭 필요하다는 게 김 차관 생각이다.
“UNOC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민간, NGO,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지난 6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3차 UNOC에는 각국 정상급 60여 명, 장관급 190여명 등이 참석했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이자 자발적 약속을 모아내는 핵심 플랫폼이다.”
김 차관 말대로 UNOC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최소 1만5000여 명, 170개 이상 국가 고위급 해양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대형 국제행사다. 아시아 최초 개최국으로 명실상부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따라 이사 업체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옮겨온 물건을 해수부 부산 청사로 옮기고 있다. ⓒ해양수산부
이번 제4차 UNOC 유치를 위해 정부는 피터 톰슨 UN해양특사, 마뉴엘 바란지 FAO 사무차장 등을 우군화하는 데 적극 노력했다.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김 차관은 지난 2월 솔로몬제도에서 열린 호니아라 정상회의 때 개회식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앞선 각국 정상들 발언이 길어지면서 김 차관 연설이 어렵게 됐다. 이에 김 차관은 피터 톰슨 특사, 마뉴엘 바란지 사무차장과 협의해 수산자원관리 세션에서 연설 기회를 잡았다.
김 차관은 즉석 연설에서 한국의 불법조업 대응 노력, 수산자원 관리 등의 정책 경험을 소개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4차 UNOC 유치 의사를 거듭 밝히고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김 차관은 “결과적으로 그날 연설은 지속 가능한 어업에 관심이 많은 연안국과 도서 지역 개도국으로부터 한국의 UNOC 유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차관은 UNOC 개최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새로운 해양 거버넌스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차관이 확신하는 이유는 UNOC 개최 시점 때문이다. 2028년 열리는 제4차 UNOC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종료 시점인 2030년을 2년 앞두게 된다. 따라서 제4차 UNOC는 SDg 14 이행의 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자명하다.
김 차관은 UNOC 행사가 국가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 행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처럼 잔치판을 크게 벌여 손님들을 접대하고, 그 손님들이 가시면서 ‘잘 먹고 간다. 수고했다’ 한마디 해주면 좋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실제 뭔가 가시적인 것들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어렵지만 뭔가 손에 잡히는, 포스트 2030 어젠다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 이미지. ⓒ 자료: 외신종합
“해수부 부산 이전은 국가 신(新)성장엔진 장착”
해수부 부산 이전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북극항로 준비와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이라는 두 가지 큰 목적은 결국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활성화하면 물동량이 늘고, 항만 물류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점항만이 필요하고, 세계 2위 컨테이너 환적항만인 부산항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은 “전남 여수에서 경북 포항에 이르는 동남권은 세계적 수준의 해운과 항만, 산업, 인재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행정과 사법, 산업, 금융을 집적화해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해양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내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극항로 경제성 문제에 관해서는 “물류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고, 전후방산업 동반성장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 항로다. 물류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여름철에는 쇄빙선 이용료를 포함해도 비교 우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 결과를 보면 북극항로 운항 비용은 수에즈 운하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유럽 연구진 역시 비슷한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이미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해양 강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빠르게 준비 중인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올해 쇄빙선 15척을 구매해 북극항로 운항을 준비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2035년까지 총 39조원을 북극항로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까지 개설했다. 이들 모두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맞춰 해수부는 연내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설치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해양수도권 조성을 위해 관련 공공기관을 접적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해양수산부
부산·서울·세종, 실무적 난관 남아
국가적 과제로 부산 이전을 결정했지만, 이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도 풀어야 할 과제다. 부산과 세종, 서울을 오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수부 공무원들은 물리적 부담과 소통 문제가 걱정이다.
김 차관은 이런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에 소규모 업무공간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세종으로 출장 간 공무원들이 해당 공간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직원들 근무지와 생활권이 부산, 세종, 서울로 삼원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부산 이전과 동시에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 한다. 예산·조직 등 원활한 부처 협의가 필요한 경우 정부세종청사에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보고와 결재, 회의를 간소화하고, 일하는 방식도 개선해 정책 결정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유연근무 활성화, 소통 문화 확립도 적극 지원한다. 김 차관은 부산 이전에 따른 직원 사기 문제에 관해서도 “(관련 문제에 관해) 직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겠다”며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직원이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직원 사기 진작과 함께 해수부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북극항로 개척이나 해양수도권 조성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해수부 권한·기능 확대는 불가피하다.
김 차관은 “행정과 사법, 산업, 금융의 집적화 등을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 결집이 필요한 만큼 범부처 전담 지원체계를 해수부 내 설치하기 위해 긴밀해 협의 중”이라며 “향후 해사법원 설립에 따른 해사분쟁 관련 산업 인프라 육성, 동남권투자공사 신설 이후 다양한 투자처 발굴 등 새로운 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능과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탓에 상대적으로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수산업에 대한 고민도 크다. 수산 분야는 해수부 정책 핵심인 만큼 부산 이전과 상관없이 권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만들 예정이라는 게 해수부 답변이다.
구체적으로 연근해어업은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수산자원 변동에 대한 어업인의 탄력적인 적응을 돕는다. 철저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어구·어법 중심 정책에서 총허용어획량 중심 어업 관리 체계로 전환한다.
기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선 감척과 어업 생산성 제고를 동시 추진한다. 근해어선 규모화, 현대화도 지속가능 어업 정책 중 하나다.
양식업은 품종 전환과 양식장 위치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을 적게 받는 스마트 양식 또한 지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참다랑어 자원 조사를 강화하고, 어획한 참다랑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유통·가공 단계 개선도 추진한다.
김 차관은 “제4차 UNOC까지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관계 부처와 잘 협조해서 우리나라 역량을 제대로 알리겠다”며 “좋은 콘텐츠를 구성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해수부가 말 그대로 이 분야에선 글로벌 리더로써 역할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해수부 직원들과 함께 힘 모아 차질 없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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