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위험 심각하면 판매중단 넘어 계약 무효화까지 검토”
“특사경 필요성 공감대…권한 범위는 협의체서 실무 조율”
“공공기관 지정은 ‘통제 필요’와 ‘감독 독립성’ 균형이 핵심”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이미 판매된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계약 무효 등 소급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이미 판매된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계약 무효 등 소급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개선 로드맵 관련 Q&A에서 “소비자 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판매 중단을 넘어 계약 무효화가 필요한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과 인지수사권 부여 가능성, 내년 1월 예정된 공공기관 지정 논의까지 금감원을 둘러싼 주요 현안들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소급조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인가.
소비자 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신규 판매 중단 등 조치가 들어간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이미 판매된 부분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계약을 무효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할 상황이 있을 수 있어 소급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적 계약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법적 한계가 있으니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 ‘판매 중단’ 조치와 무엇이 다른가. 사전 예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나.
현행 제도에서는 상품 사전 신고 의무가 제한적이라 판매 전 기획 단계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 사전 심사를 과도하게 강화하면 혁신 상품 기반을 막을 수 있어 최소한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 다만 판매가 시작된 뒤 고지 미흡, 과잉 판매, 실적 독려 등 위험 신호가 모니터링되면 위험을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는 이런 상황에서도 ‘판매 중단’ 같은 조치에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비공식적 지도·권고 등으로 일정 부분 제한을 시도해 왔지만, 업권 전반의 실적 경쟁 환경에서 ‘도덕적 설득’만으로 과감한 중단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갖고 판매 중단 등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발동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금융위와 협의해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확산된 뒤 사후 대응이 아니라, 초기 단계에서 판매 중단 같은 적극 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전 예방 조치 설계 과정에서 업권 의견도 반영하나.
감독 조치이기 때문에 업권과 의견 교환은 하겠지만, 업권 의견이 크게 반영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민생금융범죄 특사경 도입, 국무조정실까지 공감대가 형성됐나. 인지수사권 도입도 추진하나.
지난 금요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는 민생금융범죄뿐 아니라 여러 부처 사안 전반에서 특사경 도입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연계 검토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해 시기를 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민생금융범죄 피해가 워낙 심각해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특사경은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권한 범위와 대상 등을 어디까지 할지 실무 조율이 필요하다. 협의체를 꾸려 논의해 나가겠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도입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돼 있어 최대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인지 수사권은 통상 따라온다. 금융 분야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조사 권한이 있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영역에서는 인지 접근이 제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새로 도입하려는 ‘민생’ 특사경은 그런 제한이 따로 없으니 인지 권한도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본다. 다만 권한의 구체적 범위와 대상은 유관기관 협의체에서 협의가 필요하다.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를 홍콩 ELS에 적용했다면, 어떻게 예방이 가능했을지.
지금까지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개입하다 보니, 판매부터 감독 조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 규모가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리스크 기반 체계는 판매량 급증, 언론·민원 신호, 미스터리 쇼핑 결과, SNS 광고·홍보 등 지표를 종합해 ‘노이즈’가 있는 지점을 조기에 포착하고 집중 점검한다. 위험 분석 결과 실제 소비자 위험이 크다고 보면 ‘소비자 위험 대응 협의체’에 올려 공식 대응 여부를 결정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액션으로 들어간다.
이를 홍콩 ELS에 대입해 보면, 2019~2020년 본격적으로 판매가 확대될 때 판매량 급증 징후가 있었고, 창구에서 판매 실적을 강하게 드라이브하는 정황도 나타났다. SNS 등에서 ‘안정적 고수익’ 수단처럼 홍보되는 사례도 많았다.
2016년에 ELS 관련 큰 피해가 한 차례 있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위험도가 낮지 않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협의체 안건으로 올려 위험도를 판단하고, 필요하면 손실 진입 구간을 더 보수적으로 설정해 판매하도록 권고하는 조치, 위험이 과도하면 판매 중단 명령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현행법상 시정 조치 권한의 법리 검토가 필요하고,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법 개정도 따라야 한다.
‘제3자 리스크 방지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제3자 리스크는 외부와 연결된 위험이 늘어난 현실에서 중요해졌다. 전산·IT 아웃소싱, 외부 판매 위탁, 보험에서 의료기관 행태와 연계된 위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의료기관이 보험사기에 연루되거나 과잉진료로 보험금 누수를 키우는 경우처럼, 금융회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제3자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차단할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대출금리 안내·산정 개선 과제가 저축은행 등 특정 업권에만 해당하나. 외담대·셀러론은 왜 포함됐나.
금리 관련 과제는 예시이며 특정 업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권은 대출 산정 체계 개편이나 금리인하요구권 등 제도가 상당 부분 도입돼 있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계획으로 이해하면 된다.
외담대·셀러론은 ‘제3자 보증’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과거 연대보증·어음보증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제3자 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왔다. 채무자 외 제3자가 보증을 서고, 디폴트가 나면 보증인까지 신용불량 문제가 생기는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수요가 남아 새로운 형태의 제3자 보증 상품이 등장했고, 그 중 하나가 외담대·셀러론이다. 납품 대금 채권을 할인받는 과정에서 제3자가 디폴트가 나면 본인도 신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제3자 보증 제한 취지에 비춰 제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포함됐다. 다만 개별 상품을 제한할지, 제3자 상환청구권을 원천 금지할지 등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내년 1월 공공기관 지정 논의에 대한 금감원 대응 방침은.
절차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감독원의 입장을 설명해 나가겠다. 한쪽에서는 감독 규정에 대한 통제, 공공기관으로서 공적 역할을 하는 기관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동시에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독립성이라는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 두 측면이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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