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오일 민생경제지원단 사무처장, 안산의 낡은 껍데기를 깨라

명미정 기자 (mijung@dailian.co.kr)

입력 2025.12.22 15:56  수정 2025.12.23 11:48

-안산, 이제는 다음 50년을 설계할 시간이다

-‘전원공업도시’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리딩 시티’로의 대전환 필요

안산 미래 도시 ⓒAI 이미지 생성(구글 Gemini)

1976년 대한민국 최초로 ‘전원공업도시’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안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산업화의 중추였다.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안산은 ‘일자리를 찾아 오는 도시’로 성장했다.


한때 80만을 바라보던 인구는 66만 명(경기도 인구통계, 2025년 10월말 현재, 안산시청 홈페이지) 선까지 내려왔다. 50년 가까이 이어진 노후 산업도시의 이미지, 주변 신도시 대비 낙후된 주거 환경, 그리고 정체된 산업 구조는 젊은 세대에게 안산을 ‘지나가는 도시’로 각인시키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 안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수(Repair)가 아니라, 도시의 유전자(DNA)를 완전히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다.


안산은 수도권 서남부의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딩 시티(Business-Friendly Leading City)’로 거듭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과 첨단 혁신 산단 : ‘기업이 찾아오는 안산’으로의 전환


도시 생존의 핵심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와 끊이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의 유지에 있다. 안산에서 그 시작점은 ASV 일원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로봇 기업과 해외 투자사들을 전방위로 유치해야 한다.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흐르고 첨단 기술이 자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발맞추어 안산 경제의 근간인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미래형 스마트 산단’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 산단 모델을 적극 도입하여, 노후화된 굴뚝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 제조와 고부가가치 산업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기업들이 규제에 막혀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혁신적 인프라와 지원 정책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는 도시를 만드는 것, 이것이 안산 재도약의 첫 번째 단추다.


초지역 아레나와 89블록 : 유니크한 ‘앵커 시설’로 도시의 격을 높여야


도시의 매력은 상징적인 공간에서 나온다. 현재 개발이 정체된 89블록과 초지역 인근 등 대규모 시유지는 안산의 지도를 바꿀 최적의 전략 자산이다.


특히 돔구장 부지를 초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국제적 규모의 ‘최첨단 아레나와 공연 시설’을 유치하는 프로젝트는 안산을 국제적 기업도시로 변모시킬 핵심 열쇠다.


3만 석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는 단순히 공연장을 넘어, 전 세계의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를 끌어들이는 ‘유니크한 앵커 시설’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안산은 문화와 산업이 결합한 국제적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다.

이미 확보된 사통팔달의 교통망은 이러한 시설의 파급 효과를 수도권 전체로 확산시키는 든든한 동력이 될 것이다.


일례로 오랫동안 중공업 항만 도시로 알려진 대만의 가오슝(Kaohsiung)의 변모다. 최근 가오슝은 전세계에서 공연 관람을 위해 찾는 ‘문화 도시’로 탈바꿈했다. 국가체육장과 아레나 시설 등 대형 공연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끈 핵심 인프라다.


철도 지하화와 상부 개발 : 단절된 도시를 잇는 새로운 경제 혈맥


안산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던 철도는 이제 기회의 땅으로 변해야 한다. 철도 지하화는 단순히 소음을 줄이고 차량 정체를 해소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하화로 확보된 상부 공간에 국내 최대 디벨로퍼들과 협력하여 주거·교육·상업·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콘텐츠로 채워 넣어야 한다.


현재 시 차원에서 상부 시설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이를 통해 역세권을 고밀도로 개발하고 유동 인구를 극대화해야 한다.


단절된 도심이 연결되고 그 위에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원과 첨단 기업과 상업 시설, 국제적 아카데미가 들어설 때, 지역 경제는 폭발적인 견인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시민의 자산 가치 상승과 직결되는 ‘민생 정치’의 실현이기도 하다.


‘시민 공유형 개발 모델’ : 성장의 열매를 시민에게


안산의 개발 방식 또한 혁신되어야 한다. 과거처럼 민간 개발업자에게 분양하여 이익을 독점하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가 성장하면 시민도 함께 부강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공유지 개발에 있어 ‘기업과 시민이 공동 주주가 되는 모델’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주목받은 신안군의 ‘햇빛 연금’ 모델처럼, 안산의 공공 자산 개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얻고, 시민은 도시 성장의 과실을 직접 누리는 ‘상생의 경제 생태계’는 안산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높이고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다.


사통팔달의 입지,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다


안산은 인천공항·김포공항이 가깝고, 인천항과 평택항이라는 국제항이 지척에 있다. 서해안을 접하고 있으며 GTX, 신안산선 등 광역 교통망이 집결하는 수도권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다.


하드웨어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엮어내는 정치적 상상력과 강력한 실행력이다.


‘전원공업도시’라는 과거의 형용 모순적 슬로건은 역사로 기록하자. 이제 안산의 새로운 이름은 ‘Business-Friendly Leading City, Ansan’이어야 한다. 정치가 민생을 살피고, 정책이 기업을 춤추게 하며, 성장의 과실이 시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역동성을 수용하는 유연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산의 대전환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66만 안산 시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시대적 명령이다.

안산의 다음 50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선택과 결단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는 그 위대한 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데일리안 경인본부

※ 윤오일 처장은 현재 (사)민생경제지원단의 사무처장,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장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부대변인, 안산환경재단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민생경제지원단은 이강일·천준호·민병덕·김한규 국회의원,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상임위원장과 공동위원장으로 이끌던 연구 학술 관련 비영리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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