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모이는 곳에 힘이 있다”…넷플릭스가 확대한 K-콘텐츠의 영향력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23 17:17  수정 2025.12.23 17:17

OTT를 통해 확산된 K-콘텐츠가 이제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 글로벌 공동체와 생활 양식을 형성하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는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를 열고, K-콘텐츠가 만들어낸 글로벌 문화 지형의 변화를 짚었다.


ⓒ넷플릭스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이날 ‘경계 없는 OTT 시대, 건축·도시학적 관점에서 OTT는 한국을 어떻게 바꿨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유 교수는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닌, 인간의 인식과 시선이 만들어내는 결과로 정의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약 1만 2000명이 극장에 모여 연극을 보며 공통의 감정 상태를 형성했고, 그 경험이 공동체를 만들었다”며 “현대 사회에서는 TV가 그 역할을 했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넷플릭스 같은 OTT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소비되면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과 공통의 감정과 대화를 공유하게 됐다”며 “이 플랫폼들이 글로벌 공동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시선이 모이는 공간이 힘을 가진다’는 원리를 들어 K-콘텐츠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계단식 건축물 꼭대기에 선 제사장이 수천 명의 시선을 받으며 권력을 가졌듯, 현대 사회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시선이 집중되는 대상이 힘을 갖는다”며 “한국 콘텐츠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일상 공간에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선이 모이면서, 한국은 ‘힙한 공간’, 선망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과거 도자기 무역이 문화를 확산시킨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과거에는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이 타국의 정원과 예술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면, 지금은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속 공간과 생활 방식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된다”며 OTT를 현대판 문화 전파 장치로 비유했다.


유 교수는 한국 사회가 겪어온 ‘공간의 혁명’에도 주목했다. 그는 아파트를 통한 도시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형성된 가상 공간을 잇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기술 혁명을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공간을 활용해 왔고, 이 기반 위에서 K-콘텐츠가 글로벌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날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며 보내는 시간은 곧 한국의 공간에 체류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며 “OTT는 콘텐츠를 넘어, 국가의 공간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수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유현준 교수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파급 효과를 다각도로 짚었다.


김숙영 UCLA 연극 공연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내 스트리밍 소비 데이터를 언급하며 “시장조사 결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드라마 상위권은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였다”F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내 한류 확산의 동력으로 미국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꼽았다. 그는 "경제 불안과 팬데믹, 국제 갈등 등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이들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한편, 새로운 문화에 대한 수용성과 갈망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소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이 K-컬처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일상적 문화 소비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K-콘텐츠의 영향력이 콘텐츠 소비에 그치지 않고 관광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승은 차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 이후 외국인 관람객이 크게 늘며,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K-콘텐츠의 인기는 소비재 수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상윤 한류 PM은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K-뷰티 제품이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선두권에 올랐고, 식품류 역시 최근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숙영 교수는 “이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의 확장, 그리고 장르와 형식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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