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S 연기대상’은 한국 드라마의 거목이었던 고(故) 이순재를 향한 뜨거운 헌사와 기록으로 완성됐다. 올해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 이상의 가치, 즉 ‘배우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증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KBS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의 핵심은 2부 중반 진행된 고 이순재 추모 헌정 무대였다. 화면 가득 고인이 생전 선보였던 작품들이 연달아 소개됐고, 환호로 가득했던 객석은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그에게 연기는 끝없는 도전이자 노력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자세로 배우의 기본을 지켜온 사람. 그의 걸음은 늘 겸손했지만, 그가 남긴 울림은 깊었습니다. 우리를 웃게 했고, 우리를 울게 했고, 우리를 꿈꾸게 했던 사람. 어제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배우 고 이순재. 그가 걸어온 연기 여정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당신의 연기로 우리는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이어 뮤지컬 배우 카이가 무대에 올랐다. 생전 고인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호흡을 맞춘 애제자 카이는 스승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마이 웨이(My Way)’를 열창했다. 스크린에 고인의 생전 열정 가득했던 활동 모습들이 띄워지자, 이를 지켜보던 후배 배우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거장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무대 말미에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손님들이 등장해 감동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고인에게 KBS 연기대상 대상을 안겨준 작품 ‘개소리’의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특히 극중 고인의 파트너였던 강아지 ‘소피’가 함께 등장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소피의 마지막 인사도 들려왔다. 소피는 “안녕 순재, 나 소피야. 마지막 인사를 하러 친구들과 다 같이 이 자리에 모였어. 순재랑 연기해서 우리 모두 정말 행복했어. 순재는 언제까지나 내 최고의 파트너야. 고마웠어. 내 친구 이순재. 안녕.”
이날 시상식에서 많은 수상자가 고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이순재에 이어 올해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독수리5형제를 부탁해’의 배우 안재욱과 엄지원에겐 이순재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다.
안재욱은 “한창 활동할 때 큰 수상의 영예에서 빗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책도 많이 하고, 불평불만도 쏟아내면서 어떤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이순재) 선생님 수상소감을 들으며 많은 걸 느꼈다. 오랜 시간 활동하신 선생님도 저렇게 겸손하시고, 저렇게까지 고마워하시는데, 내 그릇이 작았구나 싶었다. 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멍충이 배우 같았다”라고 고 이순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이 상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던 엄지원은 “2021년 ‘무자식상팔자’로 고 이순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됐다”면서 “내게 선생님은 너무 큰 연기 스승님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계신 동료, 선배님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도 돌고 돌아서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들”이라며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과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 트로피가 생각보다 무겁다. 대상의 무게를 알고 진심을 전하는 배우로 성장하겠다”고 진심을 다한 소감을 마무리했다.
작품성은 차치하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을 추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후배들의 다짐이 돋보였다. 어제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배우 고 이순재의 가르침을 확인했던 만큼, 2026년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며 KBS 연기대상도 4시간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2025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
▲대상=안재욱, 엄지원(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최우수상=김영광(은수 좋은 날), 이영애(은수 좋은 날), 이태란(화려한 날들)
▲우수상(미니시리즈)=옥택연(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이준영(24시 헬스클럽), 서현(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정지소(수상한 그녀)
▲우수상(장편드라마)=윤박(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일우(화려한 날들), 유인영(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정인선(화려한 날들)
▲우수상(일일드라마)=박상면(대운을 잡아라), 박윤재(여왕의 집), 우수상(일일드라마)=함은정(여왕의 집)
▲조연상=김동완(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박준금(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베스트커플상=안재욱·엄지원(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이준영·정은지(24시 헬스클럽), 정일우·정인선(화려한 날들), 하승리·현우(마리와 별난 아빠들), 윤박·이봄(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김영광·이영애(은수 좋은 날), 옥택연·서현(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인기상=이준영, 정은지(24시 헬스클럽)
▲작가상=구현숙(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단막극상=양대혁(사랑청약조건, 러브호텔), 김아영(러브호텔)
▲신인상=이석기(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박정연(화려한 날들), 신슬기(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청소년연기상=김건우(신데렐라 게임), 김시아(은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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