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올라앉은 중국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1.04 07:30  수정 2026.01.04 07:30

中, 지난해 9월말 정부·기업·가계 합산 총부채 300% 돌파

지방정부 숨겨진 부채감축 위해 막대한 재원투입이 주요인

부채부담 크게 불어난 가계·기업, 부채감축에 총력전 펼쳐

미래 불안 가계, 빚상환에만 집중해 내수회복 쉽지 않을 듯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2월10~11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중국의 신규 정부부채 규모를 16조 위안 이상 더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 신화/뉴시스

‘중국이 ‘총부채 300% 시대’를 열어젖혔다.’


경제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되는 와중에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계·기업이 앞다퉈 소비·투자를 꺼리는 바람에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고 소비·투자가 동시에 쪼그라들면서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정부·기업·가계부채를 모두 합산한 총부채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보다 3배가 넘는 302.3%에 달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닛케이)이 중국 정부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CASS)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을 인용해 지난 28일 보도했다.


이 같은 총부채 비율은 지난 상반기 말 사상 처음 300%를 넘어선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9%포인트(p)나 상승한 것이다.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40%대를 이어가던 총부채 비율은 2020년 270%대로 뛰어 올랐고 지난해 말에는 287.1%를 기록하며 300%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속도라면 2025년 연간 기준으로도 중국의 총부채 비율(GDP 대비)은 300%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300%를 상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잔액은 400조 위안(약 57조 달러·8경 3000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중국은 중대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며 “부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지속적인 재정 건전성 강화가 필요하고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의 채무에 대한 구조조정은 재정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2월 11일 중국 구이저우성 동남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 ⓒ 신화/연합뉴스

중국 총부채 비율의 가파른 오름세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중국 정부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2018년부터 10년 기한으로 숨겨진 부채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며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의 부채를 늘리는 대신 지방정부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까닭에 지난 2년간 초장기 특별국채(2024년 1조 위안, 2025년 1조 3000억 위안)를 잇따라 발행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정부 부문 부채비율 상승이 두드러진다. 올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67.5%로 2분기 말 이후 2.2%p 올랐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반영한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도 있다. 명목 성장률이 실제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부채비율이 수치상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지방채의 경우 중앙정부가 이른바 ‘그림자 금융’(정부 관리·감독 범위 밖의 비제도권 금융)를 해소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방정부들이 LGFV 내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을 서두른 점이 한몫했다. LGFV는 지방정부들이 지방정부자산을 담보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액 출자해 설립한 특수법인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방정부 부채에 포함되지 않아 ‘그림자 금융’으로 불린다.



중국 내수시장이 심각한 소비부진을 겪는 가운데 2024년 11월8일 저장성 이우시의 도매시장에서 유통업자들이 중국 최대 소비 축제인 ’광군제‘(11월11일)에 판매할 제품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AP/뉴시스

그러나 지난해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에 따른 금융 환경 불안을 해소하라는 특명을 내리면서 지방채 발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IMF에 따르면 중국의 지방정부 LGFV 부채는 8조 4000억 달러(1경 21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이 공식 보고한 2조 달러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중국의 실질 부채 부담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높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대량 발행하면서 올해 중국의 ABS 발행 건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ABS 발행 건수가 지난 24일 기준 2386건으로 사상 최고치다. 발행 금액도 2조 3000억 달러에 달해 4년래 최대치다.


실질적인 부채 부담이 불어나자 민간 부문은 디레버리징(deleveriging·부채 감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올 3분기 말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60.4%를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0.7%p 떨어졌다. 부채 잔액 자체가 줄어든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값의 내림세가 지속되자 신규 대출을 받아 소비하던 중국인들이 패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용 부동산을 팔거나 좀 더 싼 집으로 이사한 뒤 기존 대출을 갚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 하락과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시달리는 중국 내수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부채 비율도 174.4%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공장 건설 등 고정자산 투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 자료: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

중국의 지난달 공업이익은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 속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1% 줄어들어 14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10월(-5.5%)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9월(-27.1%) 후 가장 부진한 수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수출 부문에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위축으로 공업이익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추가 부양책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가 얽히고설키면서 기업과 가계가 신규 차입을 꺼리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부채 디플레’ 위험도 높아진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부채 디플레는 1930년대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제시한 개념이다.


각각의 경제 주체가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는 게 원인이 돼 경제 전반에 걸쳐 침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디플레로 실질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부채 부담은 증가한다. 이때 빚을 줄이기 위해 너도나도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자산가치는 더욱 쪼그라들고 소비는 얼어붙어 경기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중국의 부채 상황은 1998년 일본과 비슷하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상황은 1993년 이후 저성장과 비효율적인 재정운영으로 인해 국가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1998년 일본과 흡사하다. 하지만 중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당시 일본보다 약하다고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 자료: 국제결제은행(BIS) 등

1998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2000달러였으나 중국은 1만 33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셈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사회보장 지출이 급증하면서 경기부양책 확대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고 부유해지기도 전에 ‘빚더미 속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얘기다.


인플레를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있는 최근의 일본과 달리 중국은 강력한 디플레 압력 때문에 부채의 실질 가치가 오히려 높아지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다케우치 코지 이토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계가 미래 불안으로 인해 빚 상환에만 집중하는 한 내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는 여력도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10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조금 넘었지만 지금은 300%를 넘었다. 여기에다 주요 정책 금리도 1.4%에 불과해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크지 않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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