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을 쌓아왔다곤 생각하지 않아…긴 시간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함 느껴”
세 시즌 연속 사랑을 받은 ‘모범택시’ 시리즈는 물론,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까지. 어느 한순간을 전성기로 꼽을 수 없을 만큼 꾸준하고,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데뷔 40년 차에도 쉴 틈 없이 활동 중인 김의성은 행복하지만, 무해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확고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모범택시’ 시즌3가 최고 시청률 13.3%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라는 기본 서사는 같지만, 다채로운 빌런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확실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며 ‘모범택시’ 시리즈의 유효한 매력을 입증했다.
ⓒ안컴퍼니
세 번째 시즌인 만큼, 장점을 이어나가되 색다른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김의성 또한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고민했다. 다소 무거웠던 시즌1과 카타르시스를 강조했던 시즌2 사이, ‘적절한’ 재미를 찾는 것이 김의성과 강보승 감독, 오상호 작가의 목표였다.
“전 시즌들이 잘돼서 따라가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열심히 하면, 그에 합당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 통쾌할 수는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이런 표현을 수용해 주실까’ 그런 걱정도 했다. 당시 첫 회 방송 후 비난을 많이 받았다. 장애를 가진 청년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였는데, ‘이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자신이 있었던 게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2회까지 방송이 되고, 여론도 완전히 바뀌었다. 시청자들과 단단한 약속을 할 수 있게 된 계기인 것 같다. 그 약속이 이 드라마를 끌고 온 힘이 된 것 같다. 중간중간 우여곡절이라고 할 건 없었다. 편안하게, 즐겁게 잘 찍었다.”
두 시즌을 거치며 ‘단단해진’ 신뢰는 장수 시즌제의 미덕이다. 김의성은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을 비롯해 안고은(표예진 분), 최주임(장혁진 분), 박주임(배유람 분) 등 여러 캐릭터들을 함께 사랑해 주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애정을 실감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지만, 유독 ‘이 드라마를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평보다 캐릭터들을 응원해 주신다는 걸 강하게 느꼈다. 배우 인생에서도 큰 정서적 경험이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감사하다. 한 것에 비해 과도한 사랑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오래 사귄 연인과 사정이 있어서 떨어져야 할 때 ‘이게 마지막이 아니길 빌어’ 그런 마음이다.”
일각에서는 유독 빌런 캐릭터로 존재감을 발휘해 온 김의성이 ‘결국 악역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극 중 장성철의 표정 하나, 반응 하나에도 ‘혹시’라는 시선을 보냈다.
김의성은 이 또한 “애정”이라며, ‘모범택시’ 시리즈를 색다르게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너무 행복한 상황이라고 여긴다. 김도기를 비롯해 사건의 주인공들을 봐주시기도 바쁠 텐데, 나까지 신경을 써주신 것 아니냐. 잘 되면, 큰 것 칭찬하고 나아가 작은 걸 파고들게 되는데 나로서는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 주시는 그 마음이 거기까지 번진 것 같아 감사하다. 언젠가 꼭 배신을 해보고 싶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안컴퍼니
‘다음 시즌’에 대한 질문에는 “인기만 가지고 계속 갈 수는 없다. 모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제는 배우의 이름보다 ‘모범택시’ 속 캐릭터의 이름이 더 익숙하다는 김의성은 세 시즌을 함께 이어 온 배우들을 칭찬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작품의 중심에서 활약한 이제훈의 든든함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제훈은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전혀 걱정하지 않게 만드는, 실수 없이 사는 사람이다. 너무 든든하다. 이제훈 때문에 그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기둥 같은 존재다. 그가 화내는 걸 딱 한 번 봤다. 그날 우리가 찍어야 할 장면들이 많았다. 대안들이 철저하게 준비가 돼 있지 못해서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잘 잡아줬다. 내가 더 선배지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모범택시’ 시리즈도 화제였지만,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 등 드라마와 시리즈물을 오가며 부지런히 시청자들을 만난 김의성이었다. 쿠팡플레이 예능 ‘자매다방’에서 재치 있는 활약으로 화제몰이를 하는가 하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페이크 다큐를 선보이기도 한다.
악역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점점 배역의 분량보다는 존재감에 방점이 찍히는 것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어려운 제작 환경 속, 꾸준히 활동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 안에서 치열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제는 나이 든 배우가 됐다는 걸 실감한다. 누군가는 큰 인생 곡선을 가졌다면, 나처럼 작은 곡선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매년 조금씩, 느리게 하락하도록 애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다. ‘올해도 괜찮네’ 하며 보낸 5년이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배역의 중요도는 작아지지 않지만 한 이야기 안에서 노출되는 분량이 조금씩 줄더라. 적게 나오지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던지. 그런 게 한편으론 아쉽다. 계속 이러면, 내가 이렇게만 길이 들어서 빌드업을 쌓는 걸 두려워할 수도 있다. 물론 찍을 때는 ‘개꿀’ 이라며 찍기는 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해하게 활동하며 연기의 행복감을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무해하게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라며 ‘사회와 인간이라는 게 숨만 잘못 쉬어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항상 조심하고 돌아보려고 한다’고 그 속뜻을 설명한 김의성은 40년을 버텨 온 내공을 실감하게 했다.
“‘데뷔 40년 차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긴 시간 업적을 쌓아왔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긴 시간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회고할만한 대단한 일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잘 버텼다는 것에 대견한 거지, 별 특별함은 없다. 대부분 운이 좋았거나, 그런 것 같다. 내가 뭘 한 것 같진 않다. 뻔뻔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지들이 필요하니까 날 썼겠지’라고 할 때도 있다. 긴 공백기 이후 다시 연기하기를 결심한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가 난 사람인데, 그래도 그 모를 많이 죽이게 된 것도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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