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권상우가 농담처럼 던진 '하트맨'이 진짜 제목으로 채택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멜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히트맨’ 시리즈로 흥행 성과를 함께 쌓아온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영화 ‘하트맨’으로 다시 만났다.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 첫사랑과 부성애 사이에서 흔들리는 승민을 연기하며, 코미디와 멜로의 균형을 연기로 끌고 간다.
난처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감정의 흔들림을 과장 없이 눌러 담은 권상우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는 관객이 인물에게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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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안에서 인물을 완성한 그는 이제 카메라 밖에서 관객을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결과에 조급해하기보다 관객과 호흡하는 과정의 힘을 믿는다는 그의 말에는 특유의 의연함이 묻어났다.
“저는 원래 언더독의 힘을 좀 믿는 편이에요. 예전 작품들도 다 입소문으로 잘 됐고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크게 걱정은 안 하려고 합니다. 물론 경쟁작도 많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한데, 개봉하고 나면 결국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되는 건 다 똑같잖아요. 이번 주는 특히 입소문을 만들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무대 인사도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당초 ‘하트맨’은 ‘노키즈’와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가제로 출발했다. 제목은 전작의 ‘히트맨’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제목이 바뀔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뭐가 될지는 몰랐거든요. 촬영하다가 감독님이랑 현장에서 그냥 농담처럼 ‘하트맨 어때?’ 이런 얘기를 했는데, 진짜 ‘하트맨’이 돼버렸어요.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약간 ‘히트맨’이랑 헷갈릴 수도 있고, 이게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작용은 하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승민은 첫사랑과 재회한 뒤,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현실을 잠시 뒤로 미룬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첫사랑 앞에서 딸의 존재를 숨기고, 딸과 함께 ‘없는 척’하는 상황을 연기한다는 설정은 코미디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는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연기하면서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보시는 분들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제가 연기하는 승민 입장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거든요. 다시 만난 첫사랑에 대한 감정도 너무 진짜고, 딸한테 미안한 마음도 진짜거든요. 본인 입장에서는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인물에 몰입해서 연기했어요. 대신 감독님이 관객이 불편하지 않게 선을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작품의 장르적 형식과 배우가 체감하는 캐릭터의 온도는 조금 결이 달랐다. 웃음을 만드는 기교보다 상황에 몰입한 한 남자의 진실함에 집중하는 것이 권상우가 택한 정공법이다. ‘
“겉으로 보면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는데, 승민 입장에서는 사실 전혀 코미디가 아니에요. 저는 이 작품을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기보다는 되게 재미있는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승민한테는 상황 하나하나가 다 진지하고 절박하거든요. 그렇게 연기해야 주변 인물들한테도 그 절박함이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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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문채원과 호흡을 맞춘 그는 코미디 속에서도 멜로의 감정선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시금 설렘을 표현할 수 있었던 작업 자체에 만족감을 표한 그는 현장에서 후배들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작품은 오랜만에 멜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되게 좋았어요. 첫사랑의 설렘 같은 걸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고요. 현장에서는 후배들한테도 일부러 권위 없이 편하게 다가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 분위기가 작품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권상우는 극 중 부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아역 김서헌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김)서헌이는 현장에서 진짜 얌전하고 자연스러웠어요. 요즘 아역들 보면 너무 어른처럼 연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친구는 딱 그 나이 아이처럼 보여서 좋았어요. 시사회에서 아역 반응이 그렇게 클 줄은 솔직히 예상 못 했어요.”
극 중 승민은 과거 대학시절 밴드 보컬로 활약한 설정이다. 가발을 쓰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등 영화 초반의 재미를 담당한다. 권상우는 노래 선정 과정부터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영화의 여운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곡을 찾기 위해 고심한 끝에, 그는 자신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제작진에 직접 제안했다.
“밴드 보컬 연기는 고민이 많았어요. 가수가 아니다 보니까 어떤 노래를 해야 될지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제가 2000년대 초반에 많이 불렀던 이브의 ‘러버’(Lover)를 제안했어요. 락밴드이긴 하지만 감미롭고 사랑 노래라 영화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도 이 노래가 계속 맴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그는 ‘천국의 계단’과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를 거치며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다. ‘탐정’과 ‘히트맨’ 시리즈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코미디 장르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정작 배우 본인은 자연스럽게 찾아온 변화의 시기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준비도 돼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작품의 결도 좀 달라졌어요. 그때 약간 과도기 같은 시기도 있었고요. 그 시점에 ‘탐정’ 같은 작품을 하면서 코미디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멜로나 멋있는 역할을 못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항상 준비는 하고 있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익숙한 이미지를 발판 삼아 새로운 얼굴을 찾아 나서는 권상우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매 순간의 기록을 쌓아가는 그의 다음 단계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지금은 그냥 현장에 있는 제 모습,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드라마든 영화든, 솔직히 주연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조연으로도 언제든지 도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다양하게 하고 싶고요. 젊었을 때의 화려했던 시기를 굳이 붙잡고 살고 싶지는 않아요. 매일매일 살아가면서, 그 시간들이 쌓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한테는 제가 유쾌한 배우로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것도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미지 안에서 또 다른 결의 역할이나, 새로운 역할이 있다면 그것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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