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더 신'이 빚어낸 찬란한 섬광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21 11:47  수정 2026.01.31 13:49

비극적 파멸이 예정된 뱀파이어의 고전적 서사 앞에서, 엔하이픈은 순응 대신 기꺼이 반역을 택한다. 사랑할수록 서로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굴레를 거부하고, 이들은 메마른 영원의 정적 속에 가뒀던 열망을 터뜨려 결코 깨지지 않을 사랑의 성역을 구축한다.


이번 앨범 '더 신: 배니시'(THE SCENE : VANISH)는 지금의 눈부신 정점을 결승선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으로 정의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찬란한 섬광으로 흩뿌려서라도 정해진 비극 너머를 증명해 보이려는 일곱 존재의 치열한 연대기와 겹쳐진다.


ⓒ빌리프랩

엔하이픈은 지난해 ‘2025 MAMA’에서 ‘팬스 초이스 대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성취를 거두었다. 그 찬란한 여정을 지나 2026년의 시작과 함께 가장 엔하이픈다운 방식으로 돌아온 이번 미니 7집은 팀의 정체성을 집약한 결정체다. 16일 공개된 이번 앨범에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4개의 내레이션과 상황극(SKIT) 1곡, 그리고 6개의 음원까지 총 11개의 트랙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며 팬들을 미스터리한 소설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벌써 7집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 크고요. 1월 컴백이라 새해 시장을 여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앨범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선우)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들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감사하게도 대상을 세 개나 받았는데,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성훈)


“미스터리 쇼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고, 1번 트랙의 사건의 발단 나레이션부터 마지막 사건의 너머까지 11곡이 다 순서대로 이어져요. 처음부터 들어주시면 이해하시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정원)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한 앨범으로 2026년을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고요. 곡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인 앨범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제이크)


신보는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사랑을 위해 금기를 깨고 도피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뱀파이어라는 고유한 서사에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에서 영감을 받은 형식이 결합했다.


타이틀곡 ‘나이프’(Knife)는 어떤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곡이다. 멤버들은 대상을 거머쥔 이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일곱 멤버는 더 큰 목표를 조준하며 다시 한 번 칼을 간 곡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나이프’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번 앨범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뷔 이후 이렇게 만족스러운 앨범은 처음이고, 그만큼 퍼포먼스도 자신 있는 만큼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니키)


“‘나이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곡이라 칼을 연상시키는 동작이 퍼포먼스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트렌디하면서도 굉장히 강렬한 안무라 보는 재미가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


이처럼 ‘나이프’를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가 앨범의 긴장감을 전면에서 밀어붙인다면, 그 바탕에는 엔하이픈이 데뷔 이후 꾸준히 쌓아온 세계관과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단순히 강렬한 타이틀곡을 앞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팀이 여전히 ‘콘셉트형 아이돌’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뱀파이어라는 상징을 통해 정체성의 경계, 선택의 대가, 그리고 사랑을 위한 도피라는 테마를 확장하며, 엔하이픈은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사를 밀도 있게 구축했다.


“뱀파이어 콘셉트는 데뷔 때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인간과 괴물의 경계에 서 있는 뱀파이어처럼, 연습생과 아이돌의 경계에 있던 저희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진 서사가 됐습니다. 작년에 대상을 받은 이후 ‘엔하이픈만의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시점이었고, 저희의 강점인 콘셉추얼함을 더 깊게 가져가 보자는 결론이 나와 시도하게 된 앨범입니다.”(정원)


ⓒ빌리프랩

뱀파이어 도피 사건을 추적·보도하는 프로그램 진행자의 음성으로 설정된 이번 내레이션은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네 가지 언어 버전으로 제작됐다. 언어 장벽을 낮춘 구성은 각국 청자들이 앨범의 서사를 보다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서로 다른 언어가 지닌 리듬과 질감을 통해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같은 이야기를 각기 다른 목소리로 풀어낸 방식은 앨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어 내레이션은 배우 박정민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내레이션 작업 과정에서 박정민 씨를 직접 뵐 기회는 없었지만, 완성된 녹음을 듣고 나서 앨범의 서사가 훨씬 또렷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박정민 씨 목소리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줘서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굉장히 크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챌린지로 다시 한 번 함께하거나, 박정민 씨가 신작을 개봉하면 시사회에 찾아뵐 수 있는 자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성훈)


“이번 앨범에서 내레이션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박정민 씨가 분위기를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앨범 완성도가 확 올라갔다고 느꼈습니다.” (제이크)


엔하이픈은 이번 앨범에서 사랑을 선택한 대가로 짊어지게 되는 ‘죄’와, 그 죄를 안고서도 도망칠 수밖에 없는 존재의 감정을 서사의 중심에 둔다. 앨범명 ‘더 신’이 가리키는 죄는 선악의 판단이라기보다, 금기를 넘은 이후 따라오는 감정의 무게에 가깝다. 부제 ‘배니시’ 역시 소멸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읽히며, 쫓기는 존재의 심리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11개 트랙 전반에 걸쳐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다. 엔하이픈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를 남긴다.


“이번 앨범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콘셉트 앨범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현실보다는 픽션에 가까운, 소설 같은 스토리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피’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전 앨범에서 다뤘던 욕망을 사랑이라는 관계 안으로 가져와 서사를 만들었으니 곡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나 영감은 각자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열린 결말이니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제이크)


콘셉트를 제약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은, 엔하이픈이 여전히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팀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희가 이번엔 강렬한 힙합으로 컴백하고 전에도 다양한 장르를 했잖아요. 이런 여러 가지 장르로 표현이 가능한 게 바로 뱀파이어라는 컨셉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엔하이픈의 큰 장점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가능성이 너무 많고 기대가 됩니다.”(제이크)


마지막 트랙 ‘슬립 타이트’(Sleep Tight)는 엔하이픈 멤버 제이크가 처음으로 작곡에 참여한 자작곡으로, 희승 역시 작사에 힘을 보태며 곡의 서사적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트랙 ‘스위트 타이트’는 도피한 이후에 느끼는 감정을 담은 곡으로, 안정감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 R&B 곡입니다. 예전에 작업을 시작해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완성해 왔어요.”(제이크)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스위트 타이트’라는 주제가 곡의 분위기와 스토리에 너무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서사적으로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아서 가사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그런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영광이었어요.”(희승)


엔하이픈은 지난해 4월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데뷔 이후 첫 미국 대형 페스티벌 무대였던 만큼, 심혈을 기울여 무대를 완성했다. 엔하이픈은 2주에 걸친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퍼포먼스 경쟁력을 직접 증명했고, 이 경험은 이후 활동과 신보 준비 과정에도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코첼라 무대는 저희 의견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무대였고, 편곡부터 댄스 구성까지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엔진 분들 반응도 더 좋았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이 큽니다. 무대에 서면서 정말 행복했고, 그때 느꼈던 자부심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번 앨범도 자부심을 갖고 준비했기 때문에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니키)


ⓒ빌리프랩

2020년 데뷔한 엔하이픈이 지금까지 팀의 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요한 판단을 개인 단위가 아닌 팀 단위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방향을 정해야 할 순간마다 일곱 명이 같은 기준 위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방식을 전제로 움직여 왔고, 이 선택이 팀을 하나로 묶는 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저희는 팀 안에서 논의할 게 생기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가능하면 그날 안에 정리하는 게 철칙입니다. 그만큼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곱 명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개인보다 ‘엔하이픈’이라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희승)


‘2025 MAMA’에서 팬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팬스 초이스 대상’을 포함해 총 3개의 대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정상급 아티스트로 우뚝 선 엔하이픈. 하지만 이들에게 대상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시상식 무대 위에서 흘린 눈물의 감격에 머무르지 않고, 대상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아 더 높은 곳을 향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예전에 ‘꿈꾸는 걸 멈추는 순간 거기서 끝이 난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사실 모두의 꿈이 대상인 건 맞지만 끝이 대상은 아닌 것 같아요. 꿈은 누구나 계속 꿀 수 있는 거니까요.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은 성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면서 엔진 분들이랑 계속 만나고 싶어요. 이번 앨범으로는 빌보드 200 1위가 목표고, 더 먼 미래에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에도 꼭 서보고 싶습니다.”(정원)


“개인적으로는 빌보드 핫100에 대한 욕심이 커요. 그걸 넘어서서, 더 다양한 나라와 도시에서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많은 엔진 분들과 공연하면서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자극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을 통해 더 좋은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습니다.”(제이)


“일단은 미니 7집 활동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번 앨범이 잘 나왔다고 느끼는 만큼, 6집보다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더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선우)


“2020년부터 5년 동안 목표가 대상이었는데, 그걸 이룬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앨범이에요. 그래서 더 의미가 커요. 이번 목표는 빌보드 200 1위랑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이고요. 요즘 젊은 분들이 틱톡을 많이 보잖아요. 챌린지도 많이 하고, 틱톡에서 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준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서요.”(성훈)


“지금도 감사하게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제 목소리를 못 들어본 분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나라, 더 많은 지역의 팬분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제 소원이에요.”(희승)


"아직 엔하이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음악이 더 설득력을 갖춰서 전 세계 분들과 만났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빌보드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기도 하고요. 공연도 많이 하고 투어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제이크)


"세 살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보면서 자랐거든요. 언젠가는 엔하이픈으로 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에 서는 게 제 인생 목표입니다.”(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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