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3개 속 감춰진 위기’ 경쟁력 경고등 켜진 한국 동계 스포츠 [밀라노 동계올림픽 결산②]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2.23 14:14  수정 2026.02.23 14:14

과거에 비해 위상이 하락한 한국 빙상. ⓒ 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막이 내린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1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선전’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특히 설상 종목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성과는 분명 높게 평가 받을 부분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빙상 종목에서의 위상 하락이 부각되기도 했다.


‘메달 밭'이라 일컬어지던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 2개를 포함해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 전체 메달(10개) 중 70%의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의 위상을 감안하면 금메달뿐만 아니라 전체 메달 획득에서도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또 다른 축인 스피드스케이팅은 '노 메달'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특정 종목에 치우친 기형적 구조와 노후화된 훈련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부분이다.


과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상화, 이승훈 등 걸출한 스타들을 앞세워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했다. 그러나 이번 밀라노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기초 체력과 기술적 정교함 모두 세계 흐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빙상의 경쟁력이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로 '시스템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여전히 승리지상주의에 기반한 엘리트 체육 방식에 머물러 있고, 선수 한 명의 천재성에 기대어 메달을 따내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는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네덜란드는 생활 스포츠였던 스케이트를 보다 전문적으로 육성하며 초강세를 보였던 스피드스케이팅은 물론 쇼트트랙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힘의 원천은 체계적인 '기업 후원 시스템'에 있다. 네덜란드는 국가 주도가 아닌, 기업이 팀을 직접 운영하며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연봉과 과학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한다.


1992년 대회 이후 한중일 메달 획득 및 종합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설상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으나 최가온 등 젊은 선수들은 한국식 시스템이 아닌 국외에서 훈련을 치른 사실상 ‘해외파’ 선수들에 가깝다. 만약 설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이번 대회는 최악의 성과를 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종목 육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의 거침없는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최근 동계와 하계를 가리지 않고 전 종목에 걸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단일 대회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동계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굳혔고,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종합 3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정 종목에 올인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기초 종목 전반에 걸친 육성 정책을 통해 메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중국의 비상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10억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중국은 일본 못지 않은 투자를 바탕으로 하계에 이어 동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회 초반 부진했으나 프리스타일 스키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스노보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을 더 캐내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12위로 마쳤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전 종목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와 달리 한국은 훈련 방식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점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훈련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나 여전히 일부 종목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정교한 훈련보다 과거의 경험과 지옥 훈련식 몰아붙이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네덜란드가 빙질에 따른 블레이드 마찰력을 계산하고, 일본이 공기 역학을 고려한 수트를 개발할 때 한국은 연맹 내 파벌 싸움과 짬짜미 등 외풍에 허송세월했다.


대대적인 전 종목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본처럼 모든 종목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에는 재정이나 저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넘어선 '효율적 시스템 구축'은 분명 가능한 부분이다.


이번 밀라노 대회는 급변하는 올림픽 순위 경쟁에서 한국에 던지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더 이상 '쇼트트랙이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뼈를 깎는 전면적인 개편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동계 올림픽 영광은 빛바랜 사진첩 속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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