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릭 스쿠발. ⓒ AP=뉴시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투수 타릭 스쿠발(29·디트로이트)이 다가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단 한 경기만 등판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대표팀의 마운드 구상에 비상이 걸렸다.
스쿠발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2이닝 무실점)한 뒤 "미국 대표팀에서는 딱 한 번만 선발로 등판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다시 팀으로 돌아와 정규시즌 준비에 집중한다. 만약 결승까지 간다면 동료들과 현장에서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쿠발은 다음 달 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 한 번 더 등판한 뒤, 미국 대표팀에 합류하고 3월 7일 영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짐을 싸 추가 등판 없이 디트로이트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쿠발은 20대 초반 팔꿈치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고 27세였던 2024시즌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쿠발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으며 대박 계약을 꿈꾸고 있다.
소속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입장에서도 스쿠발의 대표팀 합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부상을 입고 돌아올 경우, 올 시즌 구상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레전드’ 저스틴 벌랜더를 다시 데려온데 이어 싱커볼러 프램버 발데스를 3년간 1억 1500만 달러에 붙잡았고, 베테랑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까지 영입하며 성적 반등의 해로 삼고 있다.
타릭 스쿠발. ⓒ AP=뉴시스
스쿠발의 발표로 난감해진 쪽은 역시나 미국 야구대표팀이다.
강력한 구위, 안정적인 제구, 그리고 경기 지배력까지 갖춘 스쿠발은 단기전에서 1승을 책임져줄 확실한 카드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단 한 경기, 그것도 상대적으로 손쉬운 영국전에만 등판하고 돌아가겠다고 밝혀, 미국은 2라운드 이후 가장 중요한 토너먼트 때 에이스 없이 싸워야 한다.
수억 달러 계약이 걸린 선수들에게 시즌 전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WBC 출전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다만 이전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대부분의 미국 선수들은 스스로 출전을 제한하거나 아예 참가를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층을 보유하고도 완전체 전력을 구상하지 못한 미국이 야구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5번 열린 WBC서 딱 한 차례 밖에 우승(2017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쿠발이 끼얹은 찬물로 미국 대표팀은 로스터 한 자리를 낭비하게 됐다. 스쿠발 입장에서 WBC는 사실상 정규시즌 준비를 위한 '스프링캠프'가 된 셈이며 이는 대표팀에 헌신적으로 임하겠다는 다른 동료 선수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 월드컵’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WBC를 마련했다. 특히나 미국 대표팀은 3년 전 일본과의 결승서 아쉽게 패해 최고의 자원들을 소집해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 그리고 그 중심에 서야 할 최고의 투수가 단 한 경기만 던지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회 위상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스쿠발의 선택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남긴 공백 역시 분명히 존재하며, 미국 대표팀 전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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