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美·이스라엘 못 때리니…애먼 이웃 나라 ‘공격’에 나선 이란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3.03 16:47  수정 2026.03.03 16:57

단 72시간 만에 12개국으로 확전

이란, 주변국에 미사일·드론 공격

중동 관광지·주거지·공항 등 피해

지난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항구에서 이란의 공격이 보고된 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이란이 중동 전역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란 전쟁’은 발발 72시간 만에 12개국 이상이 영향권에 드는 양상으로 확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들을 타격함으로써 미국과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목표물을 공격하기 전부터 워싱턴과 예루살렘의 관리들은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이란의 반격의 속도와 광범위한 파급 효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광범위하다. 12개국 이상에 걸쳐 3억 명가량의 민간인이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갔다고 WP는 전했다.


이란 당국은 “미군 기지 등 군사 시설만을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웃 국가들의 주거지와 관광 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쿠웨이트, 바레인 등 이웃 걸프 연안 국가들의 주요 국제공항을 드론과 미사일로 타격했다. 지난해 국제선 여객 수 전 세계 1위(약 9200만명)를 기록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 뒤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직원 4명이 다쳤으며 항공편 운항은 무기한 중단됐다. 두바이의 부르즈알아랍과 팜 주메이라의 페어몬트 팜 호텔도 공격을 받았다.


아부다비 공항 인근에서는 요격된 드론 파편에 맞아 1명이 숨졌다. 쿠웨이트와 바레인 공항 역시 드론의 공습을 받았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핵 협상을 중재했던 오만을 포함해 석유가 풍부한 걸프 지역을 모두 공격했다. 바레인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카타르의 민간 주거단지 등이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라스타누라 정유공장도 드론 파편으로 화재가 발생해 일부 가동이 중단됐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이란과의 전쟁, 72시간 만에 12개국으로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폭격을 시작한 지 불과 72시간 만에 전쟁은 이미 중동 거의 전역으로 번졌고, 유럽 문턱까지 이르렀다”며 “최소 11개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등 전쟁의 지리적 범위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의 정보·공중급유·해군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 항공기가 이란의 지휘통제시설과 미사일 기반시설을 공습하면서 전쟁은 시작됐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데 분노한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이라크·요르단 등 주변 중국국가들에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칼리드 알자베르 중동 국제문제 연구회 사무총장은 특히 이번 전쟁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란의 공격이 테헤란의 주장과 달리 군사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공항과 핵심 기반 시설, 호텔, 주거 지역 등 민간인들이 생활하고 일하며 이동하는 공간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란의 공격 여파로 1일 하루 동안 중동 지역 공항 7곳에서 3400편 이상이 결항된 바 있다.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은 모습. ⓒ AP/연합뉴스

중동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 같은 피해를 입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던 오만과 카타르까지 공격대상에 포함됐다. 에릭 알터 아부다비의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아카데미 학장은 “UAE는 이란과 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며 이번 공격은 UAE를 미국과 이스라엘 쪽으로 더 가깝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격분한 UAE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연안 6개국 외교장관은 1일 공동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화상 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을 규탄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틴 샘슨 중동지부 소장은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이제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사회적 미래가 달린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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