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철학·연기 전공…다른 길 걷던 다섯 청년, ‘락락’으로 첫 활동 시작
최근 만난 보이드는 첫 공식 인터뷰인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비교적 빠르게 분위기가 풀렸다. 특히 기타 겸 보컬 지섭과 키보드 케빈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었고, 다른 멤버들은 옆에서 웃으며 맞장구를 치거나 부족한 설명을 덧붙였다. 기자가 예능 담당이냐고 묻자 멤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지만, 이미 팀 안의 호흡은 어느 정도 맞춰진 듯했다.
ⓒIX엔터테인먼트
먼저 팀 이름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보이드라는 단어 자체가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잖아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과 감정들을 나누면서, 듣는 분들 마음속에 있는 비어 있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 싶다는 의미예요”(케빈)
지섭도 팀명의 뜻을 풀어냈다. “저희가 아직은 많이 비어 있을 수도 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채워 나가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리고 ‘01’이라는 숫자는 넘버원이라는 뜻도 담겨 있잖아요.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01년생이라 ‘회사에서 날 메인으로 생각하나?’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지섭)
모델과 출신 기타리스트 지섭, 철학을 전공한 미국 출신 키보드 케빈, 연기자를 꿈꾸던 보컬 주연, 일본에서 건너온 베이시스트 신노스케는 밴드를 직접 꾸린 드러머 유찬에 의해 하나의 밴드로 모였다. 팀 이름은 보이드(V01D). ‘비어 있는 공간’(Void)과 ‘넘버원’(01)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지섭은 음악보다 모델 일을 먼저 시작했다. “어릴 때 실용음악 학원도 다녔고, 한림예고 실용음악과를 가고 싶어서 준비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떨어지면서 모델과로 진학하게 됐죠. 고등학교 때 모델 활동도 했고요. 그러다가 모델 친구들이 밴드를 하길래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기타를 거의 처음 잡았어요”(지섭)
이후 지섭은 밴드를 한 차례 그만두고 방황하던 시기를 거쳤다. “밴드를 하다가 그만두고 음악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인생에서 좀 힘든 시기였는데, 그때 유찬이 형과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같이 대화를 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지섭)
보이드의 출발점을 만든 인물은 리더 유찬이다. “제가 먼저 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친구를 통해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그러면서 대표님과 같이 멤버를 구해보자고 했죠. 영상을 같이 보면서 ‘이 친구 괜찮다’ 하면서 하나씩 모이게 됐어요”(유찬)
케빈은 보이드 안에서도 가장 독특한 이력을 가진 멤버다. 미국에서 태어나 철학을 전공했고,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던 중 음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래 공부가 메인이었어요. 음악은 부전공이었고, 대학원 준비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음악을 너무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딱 1년만 더 도전하게 해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만약 안 되면 그냥 공부하겠다고 했고요”(케빈)
그래서 케빈은 지난해 방영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을 마지막 도전으로 삼았다고 한다. “오디션을 몇 번 보긴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마지막 도전이 ‘보이즈 2 플래닛’이었어요. 거기서 캐스팅 디렉터와 연결이 됐고, 대표님이 제 피아노 개인기를 보시고는 오히려 아이돌보다 밴드 쪽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엠넷 밴드 서바이벌 ‘스틸하트클럽’을 추천해주셨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밴드 음악을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됐어요”(케빈)
주연 역시 ‘스틸하트클럽’을 통해 얼굴을 먼저 알렸다. “저는 학교에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어요. 밴드는 그때가 사실상 처음 경험한 건데, 어렵긴 했지만 너무 재밌더라고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리고 저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어요. 지금은 밴드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배우도 같이 하고 싶어요. 계속 겸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주연)
막내 신노스케는 일본에서 오디션을 거쳐 합류했다. “대학 시절 오케스트라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밴드 오디션을 한번 보라고 하셨어요. 대표님이 일본에서 오디션을 보셨고, 그때 인연이 닿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저희가 일본에서 활동하게 되면 제가 더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제 역량을 뽐내고 싶어요”(신노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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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밴드를 표방하면서도 아이돌식 기획을 더한 팀들이 적지 않다. 보이드 역시 그런 흐름 안에서 소개될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스스로를 ‘아이돌’로 규정하기보다는, 밴드의 자유로움을 유지하고 싶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비주얼이 훌륭한 밴드예요(웃음)”(지섭)
송유찬은 회사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대표님이 ‘아이돌은 아니니까 너희가 좀 더 자유롭게 해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개성을 좀 더 보장해주는 느낌이었죠”(송유찬)
지섭은 보이드의 차별점으로 ‘자유로움’과 ‘친근함’을 꼽았다. “저희는 틀 안에서 지킬 건 지키되, 저희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중에 자체콘텐츠 같은 것도 보시면 ‘쟤네 실력도 좋고 비주얼도 좋은데 되게 친구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요”(지섭)
주연을 제외한 네 명이 약 1년간 함께 준비했고, 주연은 팀에 합류한 지 4개월 정도 됐다. 기간 차가 분명 있지만, 멤버들은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섭은 멤버들이 친해진 계기로 게임을 꼽았다. “합주 끝나면 저희만의 신호가 있어요. 야구선수들 사인 보내는 것처럼 회사 분들 계실 때 몰래 ‘PC방 가자’ 신호를 보내요”(지섭)
케빈은 음식 취향도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든 요소라고 했다. “햄버거를 진짜 많이 먹었어요. 거의 지난 1년 동안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일 거예요. 어느 매장 가면 각자 뭐 먹는지도 다 외우고 있어요”(케빈)
미국인 케빈, 일본인 신노스케 등 다국적 멤버가 섞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 이야기도 나왔다. “영어 발음은 케빈이 계속 고쳐주고 있고, 일본 곡을 커버할 때는 신노스케가 발음을 많이 알려줘요”(주연), “제일 어려운 게 합주할 때였어요. ‘이 파트는 이렇게 맞추자’ 같은 음악적인 얘기를 할 때 소통이 잘 안 되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어요”(지섭)
다만 실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한다. “실전 일본어예요. 합주할 때 필요한 정도요”(지섭), “밥 뭐 먹고 싶은데, 이런 건 잘 돼요(웃음)”(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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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의 데뷔 앨범 제목은 ‘01’이다. 팀명의 표기와 맞닿아 있는 이 앨범은, 첫 번째 걸음이자 최고를 향해 가겠다는 포부를 담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메인 테마는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전 설렘도 있고, 사랑을 하면서 지쳐가는 감정도 있고, 사랑이 끝난 후 공허함도 있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앨범 안에 담았어요. 트랙 순서대로 들으면 감정이 그래프처럼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지섭)
앨범에는 총 4곡이 수록됐고, 더블 타이틀 체제로 활동한다. 그중 하나가 ‘락락’(ROCKROCK, 樂樂)이다. ‘樂’이라는 한자를 활용해 ‘즐기는 록’의 의미를 담았다. “‘락락’은 저희가 ‘우리 사운드로 보이드가 나왔다, 잘 들어봐’라고 말하는 것 같은 곡이에요. 빠른 BPM에 신나는 사운드가 많이 들어 있고, 기타 오버드라이브 사운드도 강하게 들어가 있어요. 밴드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은 곡이라고 설명할 수 있죠”(지섭)
이 곡은 연습실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밴드들은 쉬는 시간에도 가만히 못 있거든요. 드럼이 먼저 시작하고, 기타 리프 얹고, 한 명씩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곡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락락’이 딱 그런 곡이에요”(지섭)
또 다른 타이틀곡 ‘터그 오브 워’(Tug of War)는 사랑의 줄다리기를 다룬다. “말 그대로 사랑 이야기예요. 사랑 때문에 힘들고, 손을 놓을까 말까 하는 감정을 담은 노래예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성 록인데, 후렴에서는 감정이 확 터지고 벌스에서는 조금 눌러주는 식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지섭)
보이드가 그리고 있는 무대는 분명했다.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이름을 꺼냈지만, 결국 지향점은 하나였다. 큰 무대, 그리고 오래 기억될 공연이다. “저희가 같이 본 첫 공연 중 하나가 ‘원더리벳’이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목표 중 하나예요.”(유찬)
지섭은 일본과 글로벌 무대를 함께 언급했다. “한국에서도 요즘 제이락이나 일본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저희도 그런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원더리벳도 그렇고, 더 크게 보면 롤라팔루자나 코첼라, 일본의 큰 페스티벌, 도쿄돔 같은 곳도 목표예요.”(지섭)
첫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보이드는 오늘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말은 서툴렀지만, 어떤 팀이 되고 싶은지는 분명해 보였다. “이 인터뷰를 시작으로 저희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쉬는 날 없이 연습하고 있고, 앞으로 많은 일이 있겠지만 어떻게든 보이드의 음악을 계속 보여드릴 거예요”(지섭)
케빈은 다시 팀명의 의미를 꺼냈다. “사람들이 살다 보면 마음속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잖아요. 힘든 순간도 있고, 의미를 못 찾는 순간도 있고, 방황하는 때도 있고요. 저희 음악을 듣고, 저희 밴드를 보면서 그런 비어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채워질 수 있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은 없을 것 같아요”(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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