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미 철근 수출 52만톤으로 급증
1GW급 한 곳에 강재 18만~20만톤…현대제철 수요 선점
원전 10기·송전망 확충 추진…후판·특수강 시장도 확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AP/뉴시스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국내 철강 업계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원전과 송전망 확충까지 추진하면서 철강 업계가 누릴 수혜 범위도 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 수출액은 21억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9% 증가했다. 철강 수출액은 지난 6월 9.1%, 7월 4.4%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를 이끈 곳은 미국이다. 지난달 1~25일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와 중남미 수출 증가율은 각각 8.4%, 31.3%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라 판재류를 비롯한 철강재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는 건물의 기초와 구조물을 보강하는 철근 수출에도 반영됐다. 한국무역통계정보포털(TRAS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약 9만톤이었던 국내 철근의 대미 수출량은 올해 들어 52만톤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48만4000톤이 미국으로 향했다. 전년 동기보다 33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도 철근 수출이 증가한 것은 현지 수요와 가격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내 철근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국내 제품의 수출 채산성을 뒷받침했다.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품목이다. 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제강사들의 공장 운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동국제강의 올해 상반기 봉형강 설비 가동률은 80.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p 상승했다. 생산량은 146만7591톤으로 집계됐다. 후판 가동률도 73.1%에서 83.0%로 9.9%p 높아졌다.
데이터센터에는 철근만 들어가지 않는다. 고성능 서버와 냉각·전력 설비의 하중을 견디기 위한 H형강을 비롯해 후판과 열연·냉연강판, 강관 등 여러 철강재가 투입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1GW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을 건설하는 데 약 18만~20만톤의 강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건설용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대형 수요처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차세대 전력 인프라 판매 확대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하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클로저, 송전철탑을 3대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 TFT 가동 3개월 만에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7곳에서 총 3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수주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전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철강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물에 철강재가 직접 들어가는 데 이어 전력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원전과 송전망, ESS 구축에도 각종 강재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약 100GW인 미국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할 계획이다.
원전은 지진과 외부 충격을 견뎌야 해 기초와 원자로 건물에 대량의 철근이 투입된다. 격납용기와 발전 설비에는 후판과 특수강, 대형 단조품이 필요하며 냉각수와 증기가 이동하는 설비에는 강관이 사용된다. 데이터센터 골조에서 시작된 철강 수요가 원전과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다만 미국 원전 확대가 국내 철강사의 수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전 10기 착공이 아직 중장기 목표인 데다 미국산 우선 조달 기조와 고율 관세, 원전용 소재 인증 등 넘어야 할 장벽도 남아 있다.
철강 업계는 우선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철근과 형강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넓히고, 원전과 ESS·송전망 투자에 맞춰 후판과 특수강 등 고부가 제품의 공급 기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수요가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면 미국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줄어든 철강 수요를 보완할 중장기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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