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목은 공수 모두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데다, 특히 9회 승부를 결정짓는 만루홈런으로 일약 최고의 스타로 우뚝섰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앞에서 무력시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IA 차일목이 결정적인 홈런 한방으로 팽팽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스포트라이트는 1실점 완투승을 기록한 에이스 윤석민에게 쏟아졌지만, 이날 승리의 주역으로 차일목을 첫 손가락에 꼽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키 플레이어로 차일목을 지목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KIA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1선발 윤석민이 최대한 오래 던져주고 최희섭-이범호-나지완-김상현 등 중심타자들의 한방이 터져야 한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일목의 올 시즌 경기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주전 포수 김상훈의 부상으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11경기를 소화하기는 했지만 타율 0.240, 7홈런, 37타점의 기록은 포지션을 감안한다 해도 부진한 성적이었다.
여기에 도루 저지율이 좋지 못해 상대팀에서는 일단 출루만하면 공격적으로 베이스 런닝을 펼치며 KIA 내야를 흔들곤 했다. 때문에 팬들은 차일목에게 큰 것을 바라기보다는 결정적 실책 없이 무난하게 경기만 이끌어준다면 성공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차일목은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1회 기가 막힌 송구로 정근우의 도루를 저지한 그는 9회 팀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마저 자신이 직접 잡아냈다. 투수 리드마저 매우 안정적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1차전에서의 차일목은 타 팀의 어떤 정상급 포수 못지않은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차일목의 진가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났다. 1-0의 살얼음 리드를 펼쳐가던 9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쾌한 만루 홈런을 터트린 것. 1사 만루에서 간판타자 최희섭이 1루 땅볼로 물러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가운데 나온 극적인 반전이었다.
SK는 1차전을 잡기 위해 정대현-정우람 등 필승조를 줄줄이 올렸고 결국에는 파워피처 엄정욱까지 내보내며 반격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차일목은 엄정욱의 4구째 144km짜리 직구를 힘껏 잡아 당겼고 방망이를 떠난 공은 그대로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과 첫 타점을 만루포로 장식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는 윤석민과 김광현을 보기위해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와 캔자스시티 스카우트들이 현장을 방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차일목이 자신의 생애 최고 활약을 펼쳐 보였다.
이에 팬들 사이에선 “차일목에게 이반 로드리게스가 빙의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자신을 보러왔다고 착각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가을까치´ 김정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이거즈가 유독 가을야구에 강했던 건 포스트시즌만 되면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한둘씩 미쳐줬기(?) 때문이다. 과연 차일목은 타이거즈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새로운 가을 남자 탄생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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