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돌직구 으깨는 ‘킬러 전트란 출현’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2.05.09 12:21  수정

롯데 전준우, 2경기연속 오승환에 장타

배트 스피드로 오승환 표정 일그러뜨려

올 시즌 유독 오승환(오른쪽)이 쩔쩔매는 타자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투수나 타자들 사이엔 천적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평균 타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 투수나 타자만 만나면 강한 상대 기록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이승엽(삼성)이 유독 이혜천(두산)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 것이 그런 경우다. 좌완 이혜천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투구폼을 구사하는데 이승엽이 보기엔 마치 몸쪽으로 공이 날아오는 착각을 느낀다고 한다. 이승엽은 유독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이혜천 슬라이더에 취약했다.

반대로 리그 최고 투수를 아주 난처하게 만드는 타자도 있다.

‘난공불락’ 오승환(삼성)은 2006년 시즌 47세이브를 기록,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 보유자. 153km/h에 이르는 묵직한 돌직구로 리그를 평정한 자타공인의 최고 마무리다. 그런데 올 시즌 유독 오승환이 쩔쩔매는 타자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오승환 킬러는 바로 롯데 3번타자 전준우다. 전준우는 8일 사직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그 진가를 다시 발휘했다.


'오승환 킬러' 전준우 등장

선발 윤성환 호투에 꽁꽁 막혀 0-2로 패색이 짙던 9회말 마지막 이닝에서 오승환과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선두타자 김주찬이 중월 2루타로 진루한 뒤 1사 3루 상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오승환의 가운데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렸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타구는 중견수 뒤 펜스 상단을 직접 때리고 튀어나왔다. 1타점 적시 2루타. 조금만 높았더라면 동점 홈런이 될 수도 있던 큰 타구다. 오승환은 전준우 타구가 펜스를 직접 때리고 나오는 순간 특유의 무표정을 순간 잃었을 정도.

사직구장 팬들은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떠올렸다. 지난 24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전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던 주인공이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당시 선두타자로 나와 오승환의 빠른 몸쪽 직구를 걷어 올려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추격의 물꼬를 텄다.

리그 최고 마무리라는 자존심이 강한 오승환을 상대로 두 번 연속 홈런에 준하는 장타를 작렬한 것은 이대호(오릭스) 이후 처음이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니 전준우가 오승환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 연속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전트란' 전준우 5툴 플레이어

전준우는 최고의 필드 플레이어로 분류되는 소위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교한 타격-장타력-주루능력-수비능력-송구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가 바로 5툴 플레이어다.

현대 시절 박재홍(SK)이나 이종범 등 상위 5%에 불과한 셀러브리티(Celebrity) 클럽의 유력한 후보다. 롯데팬들이 전준우 애칭을 '전트란'으로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트란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 중견수인 카를로스 벨트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준 것.

하지만 아직까지 전준우는 완벽하진 않다. 약점도 있다. 오승환과 같은 빠른공보다는 느린 변화구와 완급조절에 약하다. 선발 윤성환의 폭포수 커브와 140km/h를 오르내리던 직구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오승환의 돌직구를 힘으로 이기는 이유는 역시 전준우(사진)의 배트 스피드다.

돌직구에 강한 이유 '간결한 파워 배팅'

그럼에도 전준우는 왜 오승환의 돌직구를 효과적으로 공략할까.

오승환의 돌직구는 말 그대로 볼끝이 살아서 배트가 뒤로 밀리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공이다. 다른 타자들은 치더라도 배트가 밀리거나 파울이 되기 십상인데 전준우는 그 돌직구를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춘다. 다른 타자들은 배트 중심에 맞추기에 급급한데 전준우는 자신의 체중을 타구에 실어 보내는 과정까지 순식간에 소화해낸다. 그게 인상적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를 힘으로 이기는 이유는 역시 전준우의 배트 스피드다. 전준우는 탄탄한 상하체 파워를 앞세워 간결하면서도 호쾌한 파워 배팅을 하는 중장거리포다. 게다가 전준우는 장거리포에 부족할 수 있는 정교함까지 갖췄다. 볼끝이 묵직하기로 소문난 오승환의 돌직구가 전준우의 간결한 파워 배팅에 힘에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투수에겐 약하지만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에겐 유독 강한 전준우. 그래서 전준우와 오승환이 만나면 긴장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두 차례 맞대결은 전준우의 완승이었다. 리턴 매치에선 오승환이 자존심을 회복할지 아니면 전준우가 완벽한 오승환 킬러로 자리매김할지 결판난다. 남은 주중 두 경기가 초미의 관심사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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