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추신수 없어도’ WBC 대박 비결은
마운드핵심 대거이탈..3회 전력우려
1-2회 4강이상 업적 전력외 요소 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밝지 못하다.
일단 류현진·김광현·봉중근·추신수 등 투타의 핵심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마운드에는 국제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선수들이 부족한 반면, 야수들은 뛰어난 타자들이 특정 포지션에 겹치고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히던 기동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4강과 준우승을 기록했던 지난 1·2회 대회의 영광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다.
한국야구는 늘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기대이상의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국제대회는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WBC 등에서 늘 전력상 한 수 위로 꼽히던 일본·미국·쿠바 등을 연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오히려 한 수 아래로 꼽히던 대만이나 일본 사회인야구팀에 일격을 당한 경험도 있다. 그만큼 야구공은 둥글다는 이야기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힘은 이미 많은 야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것처럼 단단한 국가관과 팀워크에서 나온다. 한국은 WBC에 나서는 자세부터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국가대표에 남다른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국제대회마다 한국야구가 빛을 발하는 뛰어난 기동력과 작전수행 능력도, 개인보다 전체의 이익과 책임감을 중시하는 팀워크 문화에서 나온다.
국제대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변수는 벤치의 용병술이다. 2회 WBC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한국은 이승엽·박찬호·김동주 등 주력 선수들의 연이은 불참선언으로 전력약화에 따른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베테랑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대부분 국내파로 구성된 라인업으로 강팀들을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인식 감독은 상대팀에 따라 변화무쌍한 작전구사와 불펜 운용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스몰볼’로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상대팀들을 연이어 무너뜨렸다.
선수보다 감독의 경기운영 능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독 야구’는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던 또 하나의 숨은 원동력이었다.
1·2회 대회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의 빈자리는 이제 삼성 류중일 감독이 메운다. 사령탑으로서 국가대표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1회 WBC부터 유일하게 개근하고 있는 인물이다.
스타급 선수들이 빠진 빈자리를 채워서 적재적소의 선수기용과 전술운용으로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만의 전통을 입증해야할 무거운 책임이 이제 류중일 감독 어깨에 달려있다. 그 어느 때보다 벤치의 중요성이 높아진 이번 대회에서 류중일 감독의 냉철한 판단력이 곧 WBC의 성적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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