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27년 동안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 마침내 현역 지도자 은퇴를 선언했다.
마치 맨유의 우승 20회를 꽉 채우고 은퇴할 것이라는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퍼거슨 감독은 8일(한국시각)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퍼거슨 감독은 "은퇴 결정은 가장 신중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단 한 번도 가볍게 여긴 적이 없다"며 "지금이 은퇴할 적기"라고 말해 은퇴를 공식화했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는 이유는 현재 맨유의 모습이 가장 완벽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팀을 강력하게 만들어놓고 떠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우승을 일궈낸 전력에다 선수들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유스 시스템 역시 완벽해 맨유의 미래는 밝다"고 밝혔다.
이어 "맨유의 훈련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훌륭하고,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스타디움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여 맨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완전히 맨유와 인연을 끊는 것은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비록 은퇴하지만 맨유 구단은 그에게 구단의 이사와 홍보대사직을 맡겼다. 물론 퍼거슨 감독은 이 자리를 수락했다.
퍼거슨 감독은 "내게 이사와 홍보대사직을 맡긴 것에 대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이사와 홍보대사로 활동할 미래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퍼거슨 감독은 자신을 거쳐 갔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비롯해 맨유의 모든 인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과거와 현재에 내 밑에 있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모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맨유가 지금과 같은 영광을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맨유를 맡았던 초창기에는 이사진의 지원이 있었다. 특히 바비 찰튼 경은 내게 단순히 축구팀이 아닌 최고의 축구 클럽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맨유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최고의 팀으로 키울 수 있도록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며 "데이비드 길 단장 등 모두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팬들에게도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밖에 퍼거슨 감독은 "내가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들에게 영예를 돌린다. 아내는 내게 언제나 용기를 준 사람이었다.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2000년대 말부터 공공연하게 은퇴 얘기가 나왔다. 2008년 5월 모스크바서 벌어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에도 "당장 내년에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하지만 아내에게 은퇴할 수 있는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 적이 있다.
이럴 때마다 자신의 밑에서 선수로 뛰었던 사람 가운데 지도자로 성장한 감독이나 자신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 물망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쉽게 은퇴를 결정하지 못했다.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 등이 그에게 도전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맨시티의 극적인 결승골로 맨유의 우승이 좌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올 시즌 맨유에 20번째 EPL 우승을 안겼다. 지난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 감독은 27년 동안 무려 13번의 EPL 우승컵을 맨유에 안겼다.
퍼거슨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1966-67시즌을 끝으로 고작 7차례 우승에 그쳤던 맨유는 올 시즌까지 무려 2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통산 18번 우승을 차지했던 리버풀은 "맨유가 18회 우승을 차지할 때 라이벌로 인정해주겠다"고 거드름을 피웠지만 이미 맨유는 그 기록을 넘어섰다. 모두 퍼거슨 감독의 업적이다.
그를 거쳐 갔던 선수들은 대부분 특급 스타로 인정받았고 지도자로 성공하기도 했다.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던 마크 휴즈와 수비수였던 스티브 브루스는 지도자로도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
또 폴 잉스를 비롯해 라이언 긱스, 피터 슈마이켈, 게리 네빌, 데이빗 베컴, 에릭 칸토나, 폴 스콜스, 앤드류 콜, 필 네빌, 올레 군나르 솔샤르, 테디 셰링엄, 웨스 브라운, 야프 스탐, 드와이트 요크, 퀸튼 포춘, 미카엘 실베스트르, 존 오셰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선수 시절 특급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까지도 현역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박지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퍼거슨 감독은 오는 13일 벌어지는 스완지 시티전을 통해 마지막으로 올드 트래포드에 서게 된다. 오는 19일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원정 경기를 통해 파란만장했던 지도자 생활에서 은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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