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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이병규·이호준, 무르익은 연륜의 파워


입력 2013.07.16 10:30 수정 2013.07.16 11: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나란히 최전성기 못지않은 활약 눈길

맏형이자 캡틴, 분위기메이커 노릇까지


이병규(38·LG 트윈스)와 이호준(37·NC 다이노스)이 요즘 공통적으로 자주 듣는 말이 “회춘했다”는 표현이다.

불혹이 멀지않은 나이인 이들은 야구선수로는 환갑이나 마찬가지만 올 시즌 마치 세월을 거스르듯 오히려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이병규는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4할대(0.391)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장외 타격왕에 올라있으며, 최근 최고령 사이클링히트와 10연타석 안타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페이스로 따지면 이병규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1999년(타율 0.349, 30홈런 31도루 99타점)을 넘어서는 활약이다.

이호준도 이에 못지않다. 타율(0.282)도 준수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83로 전체 3위다. 각 팀의 중심타선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사실상 1위나 다름없다. 타점은 57개로 박병호에 불과 4개 뒤진 전체 2위에 올라있다. 2004년 타점왕(112개)에 오른 이후 가장 좋은 페이스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해결사 중 한명으로 손색이 없다.

두 노장의 놀라운 활약은 단지 개인기록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란히 소속팀의 맏형이자 주장을 맡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LG는 지난 시즌까지 무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굴욕의 역사를 안고 있고, NC는 올해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처음 합류한 신생팀이다. 그야말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고참이자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속팀 관계자들은 이들의 개인 성적보다 팀의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당당히 팀의 주전이자 리더로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선배들의 모습은, 후배들에겐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 귀감이 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병규와 이호준은 팀 분위기 메이커이자 멘토를 자청한다. 모두 고참으로서 뒤로 물러나 폼만 잡고 있는 유형의 선배가 아니다. 오히려 후배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앞장서서 격려하고 때로는 기술적-정신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차가 쌓일수록 사실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은 노장들에게는 대단한 정신적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병규와 이호준의 활약은 야구계에서 베테랑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굳이 스포츠만이 아니더라도 한국사회는 연륜의 가치와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강박적으로 젊고 새로운 것, 신선한 것을 갈망하지만 오랜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르익은 연륜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기 쉽다.

하나의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보다는 '신구조화'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잠재력도, 경험 많은 선수들의 연륜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빛을 발한다. 100경기에 꾸준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단 1~2경기만이라도 한 시즌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연륜의 힘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중요한 베테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둘의 회춘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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