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전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도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고 창의적인 경기 운영, 공격적인 내용 등으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홍명보 감독의 첫 A매치 데뷔전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첫 경기에서 호주와 득점 없이 비겼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슈팅 숫자는 21-5로 크게 앞섰고, 코너킥 역시 13-1일 정도로 모든 통계에서도 한국이 압도했다. 골만 없었을 뿐이다.
물론 변수는 있었다. 호주는 중국서 뛰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리그가 끝나 두어 달 정도 뛰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홀거 오지크 호주 감독도 "이런 경기를 예상했다"고 시인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의 첫 A매치는 잇단 졸전과 구설로 실의와 실망에 빠진 축구팬들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희망을 봤다.
무엇보다도 A매치를 처음 치른 세 선수가 무척이나 잘했다. 비록 골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김동섭은 원톱으로 나와 후반 36분 김신욱과 교체되어 물러날 때까지 최전방에서 효과적인 공격을 보여줬다.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경험 부족에서 오는 것 정도로 치부해도 좋을 정도였다.
또 경남서 FC 서울로 이적한 뒤 현재 소속팀 공격력에 불을 지핀 윤일록 역시 성공적인 A매치를 치렀다. 후반 14분에 가장 먼저 교체된 것은 리그 일정으로 지쳤기 때문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여기에 왼쪽 풀백으로 나선 김진수는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청소년 대표팀을 거쳤지만 그동안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뛰느라 국내 축구팬들에게 다소 낯선 존재였으나 A매치 데뷔전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함께 프리킥 능력, 로리 델랍을 연상케 하는 롱 스로인 능력까지 선보였다. 박주호나 윤석영, 홍철 등을 기용했지만 이영표를 이을만한 왼쪽 풀백이 없는 상황에서 김진수의 등장은 신선함 그 이상이었다.
최강희 감독에 의해 발탁됐지만 실패했던 선수도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바로 고요한이다.
고요한은 최강희 감독 시절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됐지만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에서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해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그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불러 들였고 역시 후반 25분 조영철과 교체될 때까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대성과 이명주 '콤비' 역시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든든히 지켰다. 무엇보다도 홍명보 감독은 압박 등 수비적인 면에서 대만족을 표시했는데 하대성, 이명주가 이를 잘 이행했다. 홍정호와 김영권의 중앙 수비 역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끝냈다.
속단은 이르다. 보통 감독의 첫 A매치에서는 잘했다가 이후 다시 전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입증한 만큼 선수기용의 폭은 그만큼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K리거를 중심으로 비유럽파 선수들 역시 경쟁력이 있거나 유럽파와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본 만큼 홍명보호의 첫 경기는 대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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