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권력 이동…철밥통 NO? 리빌딩 OK!
전임 최강희호 시절 중용 멤버 대거 제외
앞으로 10여 차례 평가전 통해 옥석가리기
권력이 바뀌면 무게중심도 바뀐다. 리더의 색깔과 철학에 따라 구성원들에게도 직접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축구대표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홍명보호 출범 3개월만에 대표팀의 인적 구성에는 벌써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최강희호에서 중용되며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던 공신들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반면, 홍명보 감독과 런던올림픽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빠르게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강희 전 감독은 국내파와 베테랑 멤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강희호 시절의 주력 멤버들 중에서 현재 홍명보호에서도 안정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선수는 사실상 아무도 없다.
'최강희호의 황태자'로 꼽히던 이동국이 홍명보호 출범 이후 단 한 번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대표팀의 권력교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동국은 최근 부상으로 6주간 이탈이 확정되며 10월 열리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도 사실상 부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최강희호에서 장신 공격수이자 조커로 중용 받았던 김신욱이나, 중앙수비수 정인환, 측면수비수 김치우 등도 홍명보호에서는 철저히 찬밥신세다.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만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소집하여 테스트했으나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지난 페루전과 9월 아이티-크로아티와의 평가전에서는 아예 제외했다.
최강희호의 주전급 멤버 중에서 그나마 현재 홍명보호에 남아있는 것은 이근호와 곽태휘, 정성룡 정도다. 그러나 해외파들의 가세로 진용이 한층 두터워진 홍명보호에서 이들이 살아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근호의 주 포지션인 2선 공격수 자리에는 손흥민-김보경-구자철-이청용 등 유럽파 자원들만으로도 포화상태다.
대표팀 전 주장인 곽태휘 역시 홍명보호 취임이후 홍정호와 김영권에 밀려 내내 부름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아이티-크로아티아 평가전에서야 처음 소집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간 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이던 정성룡도 최근 김승규-김진현 등 젊은 피의 가세로 피할 수 없는 주전경쟁에 직면해있다.
그나마 최강희호 체제에서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이명주나,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던 하대성이 홍명보호에서 꾸준히 중용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역시 최강희호 체제에서 활약이 들쭉날쭉했던 손흥민도 홍명보호 출범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며 다시 한 번 검증의 관문을 통과해야한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까지 약 10여 차례 남은 평가전 기회를 통하여 차음 대표팀의 경쟁구도를 좁혀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것은 그만큼 아직 홍명보호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거나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나 기성용같이 아직 합류하지 못한 일부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기대도 접지 않고 있다. 최강희호 출신 멤버들에게는 월드컵을 향한 길이 점점 좁아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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