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역대급 지배력' 리즈 놀음에 질린 두산


입력 2013.10.18 09:20 수정 2013.10.18 14:4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팀 타율 1위 두산, 리즈 광속구와 전략투에 말려 무릎

LG 팬들에게 훗날에도 회자될 리즈 최고의 경기

올 시즌 팀 타율 1위를 기록한 두산의 강타선은 리즈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 LG트윈스

'야구는 투수놀음'

이 표현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이다.

'단기전은 에이스 놀음'이라고 할 만큼 1승을 확실히 책임질 막강한 에이스 투수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17일 잠실구장서 열린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은 그야말로 '리즈 데이'였다. LG 에이스 리즈의 '돌직구' 하나로 설명이 끝난 경기였다. 경기를 지배하는 ‘에이스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리즈가 가을의 쌀쌀한 날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모두 기우였다. 정규시즌 이후 열흘 만에 선발 등판한 리즈는 싱싱한 어깨를 자랑하듯, 이날 최고 스피드 시속 160㎞에 달하는 광속구를 꽂으며 8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107개의 투구 가운데 70개를 직구로 내리꽂을 만큼 화끈한 정면승부가 돋보였다.

올 시즌 팀 타율 1위를 기록한 두산의 강타선은 리즈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5회초 홍성흔의 내야안타도 없었다면 노히트 수모를 당한 뻔했다.

힘으로만 윽박지른 것은 결코 아니다. 완급조절도 수준급이었다. 리즈는 스피드는 빠르지만 제구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은 제구력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리즈 구위에 질린 두산 타자들이 직구를 포기하고 변화구를 노린다는 것을 간파, 낙타 큰 커브와 슬라이더를 유인구를 섞다가 직구로 승부를 건 전략도 주효했다.

사실 리즈 구위도 뛰어났지만 두산 타선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수동적이었다. 리즈는 투구수와 볼카운트에 따라 경기력이 급격하게 변하는 스타일이다. 끈질기게 볼카운트를 물고 늘어져 최소한 투구수를 소모하거나 기습번트라도 시도하는 등 변칙적인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그런 식의 대응은 전혀 없었다. 몇몇 타자들은 초반부터 스트라이크존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최고구속이 7회에 나왔을 만큼, 경기 후반에도 리즈의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리즈 입장에서는 체력안배를 잘한 것이지만, 두산 타선의 시각에서는 투수를 전혀 괴롭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리즈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완봉승도 충분히 노릴 만한 흐름이었지만, LG 김기태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고 ‘마무리’ 봉중근을 투입했다.

먼 훗날에도 LG 팬들에게는 리즈가 한국무대에서 기록한 최고의 투구로 기억될만한 '리즈 시절' 경기였다.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경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