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해제' 기성용, 공격형 미드필더로 속죄
EPL 18라운드 에버턴전에서 PK 선제 결승골
억눌렸던 공격 본능 드러내며 연속골 '해결사 역할'
‘기라드’ 기성용(24·선덜랜드)의 공격본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기성용은 27일(한국시각) 에버턴과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의 이날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전반 23분, 에버턴 진영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채 쇄도, GK 팀 하워드에게 태클 반칙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따냈다. 심판은 고의적인 반칙으로 판단, 하워드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직접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교체 투입된 GK 조엘 로블레스를 상대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리그 첫 골이자 올 시즌 2호골.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지난 시즌 스완지 시티에서는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후방에서 활약했던 기성용은 올 시즌 선덜랜드 임대 이후 거스 포옛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올 시즌 공격적으로 전진 배치돼 중용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기성용에게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과거 FC 서울이나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도 종종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셀틱 진출 이후로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왔다.
그간 국내무대에서도 기성용에게 적합한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분석은 적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같은 포지션에 김보경, 구자철, 이근호 등 자원이 풍부한데 비해 후방에서 기성용만큼 수비와 공격을 겸비하고 경기를 운영할 선수가 부족한 탓에 부득이하게 큰 변화를 줄 수 없던 면도 있다.
포옛 감독은 그동안 다소 억눌려있던 기성용의 공격재능을 끄집어냈고, 전술적 효과는 최근 선덜랜드 경기력을 통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18일 강호 첼시와의 캐피털원컵(리그컵) 8강에서 연장전 역전 결승골을 꽂으며 잉글랜드 첫 골 맛을 봤고, 불과 9일 만에 리그 경기에서도 골을 추가하며 고대하던 프리미어리그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다.
첼시는 물론 에버턴도 최근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로 꼽히던 팀이다. 두 경기에서 모두 결승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 기성용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졌음은 물론이다.
최근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음에도 정작 골결정력 부족으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덜랜드는 기성용 활약에 힘입어 값진 승점3을 확보하며 강등권 탈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동안 정확한 패스와 경기조율, 수비능력을 통해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던 기성용은 올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전환이 대성공을 거두며 짧은 시간에 선덜랜드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뿐만 아니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전술적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여름 SNS 파문으로 구설에 오르며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낸데 이어 선덜랜드 이적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기성용은 최근 대표팀 복귀에 이어 소속팀에서도 속죄의 활약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부진을 완벽히 떨쳐냈다. 기성용의 상승세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에도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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