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서명운동, ISU 재심사 이뤄지려면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2.21 14:55  수정 2014.02.21 15:01

전 세계 네티즌들 피겨 재심사 요구 서명운동

뇌물 등 외부적 요인이 있어야만 판정번복 가능

김연아의 은메달 판정이 번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SBS 화면캡처)

김연아(24·한국)의 은메달, 아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의 금메달에 전 세계 피겨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144.29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4.92점을 더한 219.11점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은 224.59점을 받은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심판진은 소트니코바에게 과도한 가산점을 몰아줬고, 이로 인해 판정 논란이 뜨겁게 불거진 상황이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네티즌들은 세계적 인권 회복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에서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을 재심사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가 끝난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참여한 인원이 벌써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서명운동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의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IOC 또는 ISU의 재심사는 과연 가능할까? 사실 ‘오심은 있어도 판정 번복은 없다’는 방침은 스포츠계에 널리 퍼진 암묵적 불문율 가운데 하나다.

2002년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일명 ‘오노 할리우드 액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오노는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김동성을 제치기 여의치 않자 갑자기 팔을 들어 진로를 방해받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심판진은 김동성의 실격을 선언했다.

그러자 국민들의 분노가 천지를 뒤덮었다. 4개월 뒤 열린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서 골을 넣은 안정환은 ‘오노 세리머니’까지 펼칠 정도였다. 당시에도 인터넷이 발달된 상황이기 때문에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조 양태영도 마찬가지다. 남자체조 개인종합 결승 다섯 번째 종목인 평행봉에 출전한 양태영은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경기 금메달은 미국의 폴 햄에게 돌아갔다.

한국선수단은 시상식 후 경기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양태영의 점수가 잘못됐음을 발견했고 국제체조연맹(FIG)에 이의를 제기했다. 점수가 정정되면 양태영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긴급회의를 소집한 FIG 역시 채점 오류를 인정, 해당 심판 3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메달색은 바뀌지 않았다.

물론 판정이 바뀐 경우도 있다. 공교롭게도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왔다.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금메달은 러시아의 페어팀 옐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하룰리드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 후 곧바로 판정논란이 불거졌다. 금메달리스트의 연기는 실수투성이였던 반면, 은메달에 머문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는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에 ISU(국제빙상연맹)는 해당 경기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프랑스 심판이 판정과 관련한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해 파문이 크게 일었다. 결국 ISU는 프랑스 심판의 판정을 무효화 했고, IOC는 러시아와 캐나다의 공동 금메달 수상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볼 때 뇌물 및 청탁 등 외부의 압력이 있어야만 판정이 번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SU 역시 프랑스 심판의 고백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할 수 있었다. 뚜렷한 증거나 정황이 없다면 ISU도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