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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을 통해 본 노출의 법칙


입력 2014.03.27 09:52 수정 2014.04.07 13:42        민교동 객원기자

19금 영화, '노출' 홍보로 부가판권수익 극대화

실제로 노출 수위 낮거나 작품성 높은 작품 많아

최근 부가 판권 시장에서 한창 화제몰이 중인 영화 ‘관능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 영화 '관능의 법칙' 포스터 최근 부가 판권 시장에서 한창 화제몰이 중인 영화 ‘관능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 영화 '관능의 법칙' 포스터

2014년 영화계 최고의 트렌드는 벗는 영화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그 이유는 단연 부가판권 시장의 급성장이다. 과거 비디오 대여시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한 부가 판권 시장에서 벗는 영화는 과거 역시 전성기를 누린 에로 비디오 시장처럼 핫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다운로드와 TV VOD 서비스를 통해 홀로 집에서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야한 영화는 상당한 메리트를 가진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실상 에로 비디오에 해당되는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신인 여배우들이 출연해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는 벗는 영화들은 극장 개봉 수익보다는 부가판권 수익에 더 관심이 큰 만큼 아예 극장 개봉이 이뤄지는 들 부가 판권 시장에서 동시 개봉을 한다.

매스컴을 통해 파격적인 노출을 마음껏 홍보한 뒤 부가 판권 시장에서 ‘극장 동시 개봉’ 타이틀을 달고 1만 원이라는 고가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이런 종류의 영화들의 경우 매스컴을 통한 홍보만 잘 이뤄질 경우 상당한 수익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영화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홍보 마케팅의 주된 수단으로 ‘벗는 영화’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꽤 높은 수위의 노출이 이뤄지는 영화이긴 할지라도 노출 자체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더 가치가 있는 영화들도 노출 일변도의 홍보가 이뤄지는 가하면 아예 노출 수위가 극도로 낮은 영화임에도 영화의 특정 요소가 노출과 연결돼 있기만 해도 노출에 포커스를 둬 과대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부가 판권 시장에서 한창 화제몰이 중인 영화 ‘관능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관능의 법칙’에 출연한 세 여자 주인공이다. 셋 모두 노출을 기피하지 않는 연기파 배우들이다. 그렇다고 노출을 앞세워 활동해온 여배우들도 아니다. 모두 연기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여배우들로 노출이 필요한 영화에서는 굳이 이를 기피하지 않고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이들이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노출 수위를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가 출연 여배우의 기존 노출 이력임을 감안하면 ‘관능의 법칙’은 상당히 파격적인 노출이 가미된 영화로 예상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제목에도 ‘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데다 영화의 기본 콘셉트 역시 4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섹스 등 솔직 담백한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당히 노출 수위가 높은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진다.

물론 영화 홍보 과정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 노출이 이뤄지는 영화인 양 강조가 됐다. 그러다 보니 포털 사이트에서 ‘관능의 법칙’이라는 영화 제목을 검색하면 따라 붙는 연관 검색어가 ‘관능의 법칙 노출 수위’일 정도다.

반면 실제 영화의 노출 수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지만 노출 수위만 놓고 보면 15세 관람가를 받았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다. 물론 40대의 성생활이 영화의 주된 소재이며 관련 대사의 수위가 다소 높은 터라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노출 수위, 다시 말해 화면으로 접하게 되는 야함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영화는 40대인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선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방송국 예능 PD인 신혜(엄정화 분)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골드 미스다. 오랜 기간 교제한 남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극 그는 자신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결혼한다.

우연한 기회에 10살도 더 나이차이가 나는 조카뻘인 20대 남자와 하루 밤을 보낸 뒤 진심인 지 알 수 없는 연하 남자의 사랑 고백에 당황해 한다. 또 다시 연하의 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

무조건 일주일에 3번은 남편과 섹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당하게 즐기길 원하는 열혈 주부 미연(문소리 분)은 아이들을 외국 유학 보낸 뒤 보다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기려 한다. 이를 위해 메이드 복장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하지만 남편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던 고중 남편이 발기부전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고 있으며 자신과의 성관계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각종 민간요법을 동원하고 방중술까지 배우는 등 남편과의 성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미연은 남편에게 숨겨둔 애인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뒤 충격에 빠진다.

신혜, 미연과 고교시절부터 가까운 관계지만 나이가 더 많은 언니인 해영(조민수 분)은 20대의 딸을 둔 싱글맘이다. 애인과 열애 중인 터라 해영은 빨리 딸이 결혼해서 집을 떠나길 바라지만 딸은 요지부동이다. 비정규직인 애인이 정규직이 된 뒤에야 결혼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집에서 딸을 내보낼 수 없다면 애인과 결혼해서 당당히 즐기고 싶지만 애인 성재(이경영 분)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처럼 연애만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얘기해 해영을 실망시킨다.

같은 40대 여성이지만 골드미스와 싱글맘, 그리고 주부로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세 여성을 중심으로 영화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자 한다. 당연히 베드신이 자주 등장하지만 20대 여성들의 성생활을 그린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의 섹스는 에로틱하고 파격적이기 보단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순수하다.

결국 파격적인 노출 수위를 중심으로 그려낼 베드신이 아니라는 얘기. 만약 이 영화가 파격적이면서도 에로틱한 베드신을 선보였다면 오히려 이 영화가 애초 얘기하고자 했던 주제 자체가 흐트러졌을 지도 모른다. 40대 여성에겐 섹스가 더 이상 은밀하게 감춰야 하는 대상이 아닌 즐기고 만끽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게 이 영화의 주된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베드신은 파격적이고 은밀하게 촬영하면 말 그대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영화가 됐을 지도 모른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영화를 통해 여성들의 솔직 담백한 일상과 심경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권칠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다. ‘싱글즈’가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들의 삶과 섹스 등을 다룬 영화였다면 ‘관능의 법칙’은 ‘싱글즈’의 40대 버전이라고 얘기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나리오는 2012년 제 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무려 1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이수아 작가의 시나리오는 권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을 만나 좋은 영화로 완성됐다.

당당한 40대 여성인 신혜와 미연, 해영은 20대의 젊은 여성은 나이가 예쁜 것일 뿐 본인들이 훨씬 더 예쁘다고 주장한다. 젊은 여성들은 깊이가 않는 대신 자신들은 우아한 맛이 있으며 또 농염하다고, 그래서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하루하루 늙어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안 예뻐지는 것이라며 40대의 하루하루를 토로하는 세 여주인공은 ‘타 죽기 전에 꼭 불타오르겠다’고 다짐한다.

어찌 이런 당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노출 수위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결국 ‘관능의 법칙’은 노출의 잣대로는 절대 평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반대로 한국 영화 노출의 법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영화랄까.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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