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박지성의 헌신과 열정을 당연한 듯 소비해왔지만 정작 소중한 것을 보호하고 아끼는 것에는 소홀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00년대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박지성(33)의 은퇴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박지성은 14일 경기도 수원시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 마무리할 것"이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소식에 헌정영상까지 제작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화려한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QPR을 거쳐 올 시즌 ‘친정’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으로 임대돼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예비신부’ 김민지 전 아나운서는 약지에 커플링을 낀 채 꽃다발을 들고 등장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박지성이 한국축구에 남긴 놀라운 업적도 그렇지만, 나이 서른셋의 살아있는 전설의 퇴장을 받아들이기는 다소 벅차다.
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과거 부상으로 몇 차례나 큰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보냈던 박지성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장거리 차출을 감수했다. 비행기로 오랜 시간 이동할 때마다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출전 뒤 무릎에 붓기를 빼고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대표팀 은퇴 이후 소속팀에 전념하며 몸 상태를 관리했지만, 다시 3년 만에 같은 이유로 이제는 현역생활을 아쉽게 정리하게 됐다.
은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후회 없는 축구인생을 달려왔다는 자부심과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오히려 아쉬워하는 것은 팬들이었다. 여기에는 한국축구가 배출한 스타를 좀 더 일찍 관리하고 배려하지 못한 미안함도 깔려있다.
한국축구는 박지성의 헌신과 열정을 당연한 듯 소비해왔지만 정작 소중한 것을 보호하고 아끼는 것에는 소홀했다.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 같은 닉네임을 얻으며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지만, 그 성실함에 가려 박지성 또한 신체적-정신적 한계가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사실은 간과되기 일쑤였다.
부상경력도 있는 데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혹사된 박지성의 입장을 더 일찍 헤아리고 관리했다면, 박지성이 이렇게 이른 나이에 대표팀을 은퇴하고 축구인생까지 접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지 않았겠냐는 안타까움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랬다면 박지성의 은퇴무대는 지금이 아니라 1~2년 뒤가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박지성의 모습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박지성 같은 스타를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한국축구로서는 너무 일찍 레전드를 떠내보내는 아쉬움과 미련이 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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