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 박지성 캐고 키운 위대한 스승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5.15 13:45  수정 2014.05.15 13:50

허정무-히딩크-퍼거슨, 빼놓을 수 없는 은사

허정무 전 감독의 안목과 결단이 없었다면, 박지성은 히딩크 눈에 띄기도 전에 사라졌을지 모른다. ⓒ 연합뉴스

위대한 영웅 곁에는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14일 은퇴를 선언한 '산소탱크' 박지성(33)의 화려한 축구인생은 일찌감치 그 재능을 알아본 스승들의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박지성은 20대 초반만 해도 철저한 무명에 불과했다. 그저 그런 선수로 조용히 잊힐 수 있었지만, 축구인생을 바꿔놓은 은사들이 있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예정),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허정무 부회장은 2000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 무명의 박지성에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당시 명지대 재학 중이던 박지성은 허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의 활약을 통해 '깜짝 낙점'됐다. 2000년 4월에는 아시안컵 지역 예선 라오스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도 치렀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허 부회장은 무명의 박지성을 처음 대표팀에 발탁할 때만 해도 많은 루머와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심지어 허 부회장이 바둑내기에서 져서 어쩔 수 없이 박지성을 불렀다는 ‘괴소문’마저 돌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박지성을 처음 발굴한 것이 히딩크 감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허 부회장의 안목과 결단이 없었다면, 박지성은 히딩크 눈에 띄기도 전에 사라졌을지 모른다.

두 번째는 역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박지성을 과감히 발탁한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쓰며 한국축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박지성 역시 16강을 확정짓는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비롯해 히딩크호 베스트멤버로 맹활약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히딩크 감독은 이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포워드로 중용하며 공격의 핵으로 삼았다. 체구는 작지만 유럽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공간활용 능력 등 박지성은 히딩크식 '한국형 토탈사커'에 가장 부합했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이 끝나고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자리를 옮기며 애제자 박지성과 이영표(은퇴)를 불러들였다. 박지성은 2004-05시즌 아인트호벤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 돌풍을 주도하며 유럽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마지막 인물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2005년 챔피언스리그의 활약을 통해 박지성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퍼거슨 감독은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그것도 당대 세계 최고의 클럽이자 전성기를 구가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으로 초대받는 순간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7시즌을 보내며 축구인생의 최전성기를 누렸다. 비록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따라 매번 출전하는 완전한 붙박이 베스트 멤버는 아니었지만, 빅클럽과의 맞대결과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등 중요한 일전에서는 ‘스페셜리스트’로 중용했다.

맨유에서 4회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아시아선수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출장(2009, 2011) 등 박지성이 한국의 스타를 넘어 아시아 넘버원, 더 나아가 세계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코리안리거로 기억되는 데는 '맨유 13번'이라는 상징이 큰 의미로 작용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준 인물이기도 하다. 맨유가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충격적인 엔트리 제외, 맨유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1-12시즌 벤치멤버 전락으로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게 되는 빌미도 제공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지성이 맨유의 가장 화려한 시절을 함께했던 주축멤버였고, 퍼거슨 감독과 호날두, 루니, 긱스 등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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