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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 또' 위대한 커쇼, 사이영상 위험?


입력 2014.09.30 08:52 수정 2014.09.30 13:23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최고의 기량 인정하지만 200이닝 미만..240이닝 쿠에토에 뒤져

실력 보다 해당 시즌 누적된 기록이 우선..커쇼 장담 못해

커쇼의 2014시즌은 위대했다.ⓒ 게티이미지

사이영상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정규시즌 종료와 동시에 기자단 투표를 통해 사이영상 수상자를 결정,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 그 결과를 발표한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NL)에는 3명의 20승 투수가 탄생했다. 모두 20승이란 승수에 어울리는 투구내용을 보여준 '특급 에이스들'이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레즈)의 성적은 ‘역대급’이며,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역시 다른 시즌이었다면 사이영상 수상이 당연시 됐을 정도로 대단했다.

현재로선 다승·평균자책점 1위인 커쇼와 탈삼진·투구이닝 1위, 다승·평균자책점 2위의 쿠에토의 2파전으로 보인다. 웨인라이트는 모든 부문에서 쿠에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밀려났다고 봐야 한다.

커쇼의 2014시즌은 위대했다.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커쇼는 지난해보다 한층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그레인키-류현진과 함께 다저스를 2년 연속 N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부상 탓에 27경기만 등판했지만 21승으로 리그 최다승을 기록했다. 커쇼는 올 시즌 개인 통산 3번째이자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류현진 동료이기도 한 커쇼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쿠에토 역시 만만치 않다. 커쇼가 ‘위대한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하지만, 쿠에토의 올 시즌 성적 역시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지난 28년 동안 2.30 미만의 평균자책점으로 20승-240이닝-240삼진 이상을 투수는 1997년의 로저 클레멘스(21승 7패 2.05, 264이닝 292삼진)밖에 없었다. 그 유명한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랜디 존슨 등도 이 영역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쿠에토가 커쇼에게 다승왕을 내준 것은 운이 나빴기 때문이다. 커쇼는 경기당 평균 7.1이닝 던지면서 1.44점을 허용했다. 쿠에토는 7.1이닝을 던지면서 1.79점을 내줬다. 둘 다 등판할 때마다 승리투수가 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 정도 차이라면 27경기에 등판한 커쇼보다는 34경기에 등판한 쿠에토의 승수가 더 많아야 정상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커쇼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5.04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NL 43명의 선발투수들 가운데 1위였다. 반면 쿠에토의 득점지원은 3.15점으로 43명 중 40위였다. 이것이 27경기 등판에도 커쇼가 21승을 따낼 수 있는 힘이 됐고, 34경기나 등판한 쿠에토가 20승에 그친(?) 원인이다. 쿠에토는 타선 지원 없인 불가능하다는 20승을 거의 혼자 힘으로 해낸 셈이다.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승과 평균자책점, 그리고 탈삼진의 세 가지 주요 타이틀을 모두 따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것이다. 사이영상이 제정된 후 10명의 선수에 의해 13번의 트리플 크라운이 탄생했고, 그 주인공들은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13번 중 11번이 만장일치였을 정도로 트리플 크라운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올 시즌의 커쇼는 탈삼진 3개 차이로 아쉽게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실패했다. 2011년 이후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한 커쇼는 마지막 등판에서 다승왕을 확정지으며 탈삼진(239개) 부문에서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에 마지막 등판을 가진 쿠에토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이상 242개 공동 1위)에게 추월을 허용해 3위로 밀려났다.

3명의 20승 투수 성적 비교표. ⓒ 데일리안 스포츠

그리고 커쇼는 풀타임 선발투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200이닝을 끝내 채우지 못했다. 이 점은 24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리그 1위에 오른 쿠에토에게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다. 둘의 평균자책점 차이는 0.48, 투구이닝 차이는 45.1이닝이다.

역대 사이영상을 수상한 선발투수 중 200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우는 1981년 NL 수상자인 페르난도 발렌주엘라와 1994년 아메리칸리그(AL) 수상자인 데이빗 콘, 두 명밖에 없다. 그리고 그 두 시즌은 모두 선수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단축시즌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200이닝 미만의 선발투수가 사이영상을 수상한 경우는 없었다.

역대 사이영상 선발투수의 최소 투구이닝은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213.1이닝이다.(81년 AL의 수상자는 마무리 투수인 롤리 핑거스였고, 94년 NL의 경우 그렉 매덕스가 25경기에서 202이닝을 소화하는 엽기적인 이닝소화 능력을 과시하며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사이영상 수상에서 투구이닝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지난 2010년의 경우 내셔널리그 수상자인 로이 할러데이(21승 10패 2.44, 219삼진)와 차점자 웨인라이트(20승 11패 2.42, 213삼진)의 성적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결과는 할러데이의 만장일치 수상이었다. 할러데이가 웨인라이트보다 20이닝 더 던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역시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해 평균자책점(2.26)과 탈삼진 1위(239개)에 올랐던 페드로 마르티네즈(20승 4패)가 23승(5패)으로 리그 다승왕에 올랐던 배리 지토(평균자책 2.75, 182삼진)와의 경쟁에서 끝내 밀리고 말았다. 당시 마르티네즈는 올해의 커쇼처럼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그것이 30이닝을 더 던진 지토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2002년 당시 팬들 사이에서는 ‘당신이라면 페드로와 지토 중 누구를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로 내보내겠는가’라는 질문이 유행이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대답은 페드로였다. 하지만 사이영상은 지토의 것이었다. 사이영상은 ‘실력’이 아닌 ‘해당 시즌에 누적된 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올 시즌 최고의 투수는 커쇼다. 올 시즌 탄생한 세 명의 20승 투수를 두고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를 물어도 커쇼가 몰표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커쇼가 27경기에서 받아든 성적이 쿠에토의 34경기 성적보다 더 가치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에 대한 답은 쉽게 할 수 없다. 과거의 수상자 선정 사례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올 시즌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커쇼가 아닌 쿠에토가 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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