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K-1 WGP 파이널(1) ´벤너 VS 슐츠´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6.11.02 13:07  수정

무관의 제왕 vs 신흥제왕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의 활약으로 K-1은 이제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매년 K-1 지역예선 대회 가운데 하나는 서울에서도 개최되고 있다.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들의 혈전을 상상하며 빅매치를 엿본다. 선수들 모습 하나하나를 그려보며 월드 그랑프리 결승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①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벤너 VS ´신흥 제왕´ 세미 슐츠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벤너(프랑스·35·Jerome Le Banner)


강하다. 벤너는 여전히 강하다. 주특기인 왼팔을 수년째 제대로 못쓰고 있지만, 여전히 누구도 쉽게 꺾을 수 없는 상대로 K-1 최고의 파이터 중 한 명으로 군림한다.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무관의 제왕´, ´K-1 싸움반장´ 등 다양한 닉네임의 제롬 르 벤너는 물러서지 않는 화끈한 파이팅으로 경기에서 승리 또는 석패하더라도 항상 명승부를 연출하는 파이터다.

또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일단 링에 오르면 최선을 다하는 진지함으로 무장하고, 종료 후에는 상대에게 따뜻한 배려와 함께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포옹한다. ´K-1=사나이들의 우정´이라는 테마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파이터다. 때문에 K-1에서도 손꼽히는 흥행카드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피터 아츠와 함께 최고 인기스타로 폭넓은 대중성을 자랑하고 있다.

2002년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최종결승에서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입은 왼팔 골절상으로 최고의 무기였던 레프트스트레이트를 잃은 상태지만 이른바 특유의 불 파이팅은 여전하다.


벤너의 경기는 유독 KO가 많다. ´원조 일본영웅´ 사다케 마사키, ´백색암살자´ 마이크 베르나르도,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링위의 사자´ 샘 그레코, ´네덜란드의 벌목꾼´ 피터 아츠, ´극진의 괴물´ 프란시스코 필리오, ´현역 일본의 에이스´ 무사시,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 ´검은들소´ 게리 굿리지 등 K-1을 대표하는 수많은 파이터들이 모두 벤너에 1번 이상 KO 패를 당했다.

통산전적(53전)에서 70%가 넘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좀 더 가드를 단단하게 하고 지나친 인파이팅만 자제했다면, 승률 10% 정도는 더 올렸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벤너의 인기비결 중 상당수는 거침없는 파이팅스타일에 있는 만큼 벤너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다.

ISKA 프랑스, 유럽, 세계 무에타이 챔피언, WKN 세계 무에타이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K-1에 입성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항상 우승후보와 인기스타의 자리는 놓치지 않았던 벤너지만 정작 중요한 우승타이틀과의 인연은 매번 엇갈렸다.

벤너는 1995년과 2002년 결승전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야 말로 ‘무관의 제왕’을 탈출할 수 있을지…. 중요한 것은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벤너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라데 거인´ 세미 슐츠(네덜란드·34·Semmy Schilt)

세미 슐츠는 지난 대회 우승자로 현 K-1 챔피언이다. 특히 지난 대회 파이널 준결승과 결승에서 레미 본야스키와 글라우베 페이토자를 무참히 1회 KO로 눕혔다. 이에 언론에서는 ´극강 챔피언 탄생´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11cm-116kg라는 엄청난 체격 조건과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가라데 베이스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몸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파이터다. 슐츠는 거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발차기 기술을 구사, 경기 내내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인선수들이 대부분 자신의 덩치와 힘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에 비해 슐츠는 테크닉과 운영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슐츠는 지난 3월 ´네덜란드의 벌목꾼´ 피터 아츠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판정패 하기 전까지 K-1 전적 무패를 자랑했다. 그랑프리 2회 연속 우승의 ´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2전 2승), 4회 우승의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2전 1승 1무), 준우승 2회의 ´일본의 에이스´ 무사시(2전 2승), 준우승 1회의 ´브라질리언킥의 대가´ 글라우베 페이토자(2전 2승) 등 파이널 결승진출 경험자들을 상대로 2번 이상을 싸워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피터 아츠와 최홍만에 당한 2패가 전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플레이로 좀처럼 의외의 승부에 말릴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도 슐츠가 정상급에서 롱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예상 1] 벤너에게 유리한 상황

오클랜드 예선에서 세미 슐츠와 맞붙었던 피터 아츠는 최대한 접근을 시도하며 슐츠의 안면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장신에 끊임없는 압박이 특기인 슐츠에 거리를 주게 되면 누구라도 당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장신의 특성상 안면을 많이 맞지 않은 슐츠의 페이스를 흔들겠다는 심산도 있었다.

전성기 파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련함이 붙은 아츠는 이런 전략으로 슐츠에 K-1 첫 패배를 안겼다. 슐츠 같은 괴물을 상대하려면 단순히 전략만으로는 부족, 그에 상응하는 수행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일례였다.

최홍만 역시 부지런히 슐츠의 안면을 노려 대등한 승부를 가져갔다. 물론 최홍만의 경우는 피터 아츠와 달리 무리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슐츠의 안면을 가격할 수 있었던 동급 이상의 체격조건이 뒷받침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는 기술에서 복싱만큼 뛰어난 종목도 없다. 이런 복싱 테크닉에 있어서 벤너는 K-1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잠깐이지만 복서로서 외도한 적이 있다. 특유의 뛰어난 펀치 테크닉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슐츠의 안면을 노린다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예상 2] 슐츠에게 유리한 상황


후스트, 아츠 등이 시도했던 안면 노리기는 이제 공공연하게 슐츠의 유일한 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리한 슐츠와 자신의 세컨들이 이 같은 사실들을 모를 리 없는 바, 대비책을 세워둘 것은 자명하다.

올해 암스테르담 예선의 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던 비욘 브레기는 2미터가 넘는 장신으로 세미 슐츠의 안면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하지만 그런 비욘 브레기를 상대로 슐츠는 과감한 펀치공격으로 맞불을 놓아 1라운드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전의 가라데 스타일에 펀치기술을 가다듬어 안면방어보다는 직접적인 선제공격을 택한 것이다. 벤너 같은 뛰어난 복싱실력을 가진 선수마저 슐츠의 안면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그랑프리 무대는 싱거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2편-노련한 컴퓨터와 신형폭격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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