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급하다고 동네방네 호들갑 떨수록 통일은 멀어진다


입력 2015.03.22 10:24 수정 2017.10.16 10:4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통일'에 앞서 '공영'…확고한 안보태세 기초돼야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월 14일 오후 대변인 담화를 통하여 정종욱 부위원장이 3월 10일의 어느 조찬토론회에서 “통일준비위원회 내에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통일을 위한 팀이 있는 사실을 실토했다"고 지적하면서,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이 신뢰조성과 교류협력,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철두철미 흡수통일 모략기구며 흉악한 체제대결의 망상을 추구하는 대결의 돌격대라는 것이 만천하에 더욱 여지없이 폭로됐다"고 비판했다. 통일준비위를 당장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사태가 계속될 경우 북한식의 방식으로 ”통일대전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3월 15일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하여 북한의 주장이 “매우 유감”이라면서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개탄한다는 성명을 밝혔지만, 곤혹스러운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통일을 위하여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조성된 때문이다.

“통일”보다는 “자유민주주의”와 “주체사상” 간의 타협이 중요

이 기회에 우리는 통일에 대한 우리들의 지나친 염원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통일을 진심으로 열망하거나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 특히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통일은 양측이 합의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가 열정적으로 통일을 준비할수록 북한은 이를 더욱 경계하고, 결과적으로 통일을 위한 남북한 대화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일준비가 오히려 통일을 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너무나 당연하여 우리가 망각하기 쉬운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은 통일 자체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이라는 사실이다. 즉 “통일”과 “자유민주주의” 중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우선하는 것이다. 한국이 지향하는 통일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이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할가? 우리가 해석하기로 북한은 “공산주의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아마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역시 통일 자체가 아니라 “공산주의에 의한” 또는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보고싶지 않지만 봐야만하는 냉엄한 현실은 남북한의 통일 방안이 극단적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조정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주체사상” 간 상충점이 최소화되지 않을 경우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한 셈이다. 한국이 진정 통일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통일”을 강조하기보다는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변모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급변사태 등 성급한 통일론 반성부터

우리는 이 기회에 지금까지 성급하거나 일방적인 통일을 지향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한국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고 하여 한국 중심로의 통일을 기정사실화하고, “갑자기” 이루어질 수 잇는 “한국 중심의 통일”에 대비해온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통일준비는 남북한 간에 어떻게 하면 화해협력을 달성하여 통일에 합의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아니라, 통일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남북한 간의 제반 분야 통합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또한 “급변사태”라는 용어로 한국은 북한정권이 붕괴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신속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북한을 안정화시켜 통일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주기적으로 논의해온 것도 사실이다. 1994년의 김일성 사망, 2000년대 후반의 김정일 와병설, 2011년의 김정일 사망, 2013년 말의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 내부의 불안요소가 드러날 때마다 한국에서는 급변사태라는 말로 통일의 가능성과 준비사항들을 논의하여왔다. 그리고 통일에 관한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에서도 항상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정종욱 부위원장에 대한 질문도 이러한 생각에 근거하여 제기되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통일에 대한 지나친 염원과 열망을 표면화하지 않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딜레마일 수도 있지만, “통일”을 강조할수록 통일은 어려워진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에게는 한국의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흡수”로 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합의를 통하여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면서 북한이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말을 아무런 배려없이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매어 쓸 수 없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서두른다고 하여 통일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통일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갈 때,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오랫동안 누적될 때 어느 순간 찾아올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실린 2013년 1월1일자 노동신문(왼쪽) 1면과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가 실린 1994년 1월1일자 노동신문 1면을 비교한 사진.ⓒ연합뉴스

화해협력, 상생, 공영으로 중점 전환

이제 우리는 “통일”보다는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남북한 간에 통상적인 국가관계처럼 자유롭게 인적교류를 실시하고, 물자를 사고 팔며, 서로가 합의하여 공동의 경제적 및 사회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다. 이러한 사항을 제안할 경우 북한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도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신뢰조성과 교류협력,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말은 북한도 교류와 협력에 관한 사항은 논의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 통일정책에서도 화해협력이 제1단계이다. 한국의 공식적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인데, 이것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로 이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남북한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화해와 협력을 달성하고, 그것이 이루어진 이후에 정치적인 통합을 모색하는 방향이다. 지금까지는 통일을 조기에 이룩하고자 1단계보다는 3단계에 중점을 두어온 점이 있지만, 이제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1단계에 더욱 많은 시간과 중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1단계는 북한도 호응할 가능성이 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1단계에서 충분한 성과를 축적해야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단계만 충실해지면 2단계와 3단계는 금방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우리 모두는 통일이라는 용어보다는 남북한 간의 화해협력, 대화, 상생, 공영과 같은 단어를 더욱 강조해야할 것이다. 이들 단어만으로도 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1단계는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데, 굳이 남북한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갖는 마지막 단계의 통일을 사전에 강조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상대방을 부정하거나 나의 이념과 체제를 강요하는 것으로 북한에게 인식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1단계의 화해협력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2, 3단계에 관하여 사전에 준비해야할 사항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정부의 모든 노력은 1단계를 내실있게 달성하는 데 주안을 둘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는 통일을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동족의 입장에서 북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주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진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고, 동시에 그들의 자존심을 손상하지 않도록 언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을 보임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방송 등이나 대화에서 북한을 경멸하는 듯한 말은 가급적 삼가야할 것이다. 북한과 통일을 협의하겠다면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워서는 곤란한 것이다. 국민 모두가 진정성을 갖고 북한주민들에게 접근할 때 북한 주민들의 마음도 열리고, 그러한 것들이 누적되어 통일을 위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확고한 안보태세가 기초되어야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도 적지는 않겠지만, 역설적일지라도 화해협력, 대화, 상생, 공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확고한 안보태세이다. 북한이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시킬 수 없다고 인식해야 한국과의 화해협력, 대화, 상생과 공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적 통일방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한국의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남북한 통일이 어려웠던 결정적인 배경은 1950년에 있었던 “6․25 전쟁”의 유산이다. 그 당시의 상처는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남북한 주민들의 화해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은 그 전쟁에서의 경험으로 인하여 북한을 극도로 불신한다. 남북한은 현재도 6․25 전쟁의 휴전상태이고, 휴전선을 중심으로 서로의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하여 대치시키고 있다.

최근인 2010년에도 북한의 잠수정이 한국의 군함인 천안함을 공격하여 격침시켜 다수의 해군장병들이 전사하였고, 백주 대낮에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하여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태는 어느 정도 진전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을 몇 년 동안 후퇴시키게 된다. 따라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에 필요한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는 것 못지 않게 남북한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군사대비태세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통일을 위해서도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하여 확고한 대비태세를 강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구비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핵공격 위협이나 핵공격으로 그들 중심의 통일을 달성하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노력도 지속해야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국이 자체적인 핵억제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동맹국인 미국의 핵억제력에 의존해서라도 북한에게 핵사용은 정권 및 북한이라는 국가의 종말일 것임을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에도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함으로써 북한에게 핵위협은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북한이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안보에 관한한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안보에 관한 다양한 이견이 있을 경우 북한은 당연히 한국을 얕볼 것이고, 그렇다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시각이 다소 다르더라도 정부를 중심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때 북한도 대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단방약을 추구하는 마음부터 없애야

한반도 정세가 어려울수록 그것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단방약(silver bullet)을 기다리게 되고, 그것을 약속하는 사람도 늘어나게 된다. 오랫동안 분단된 상태에서 온갖 불편함을 겪어온 국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이룩하고 싶고, 따라서 단방약을 희구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알고 있듯이 그러한 단방약은 없다. 북한의 어떤 도발도 물리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구비한 바탕 위에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북한이 변화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단방약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통일을 달성하는 국민들의 첫 번째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