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구닐라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제4차 IOC 조정위원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가능성에 대해 “지난 1월 IOC는 이미 답을 전했다. 개최도시와 관련된 모든 계획은 확정됐다”며 “이번에 개최도시를 둘러보며 많은 성과를 봤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현재 정해진 장소 그대로 테스트 이벤트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논의에 대한 종결 선언을 한 셈이다.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4차 IOC 프로젝트 리뷰’ 본회의 개회사를 통해 “아이오시는 지난해 ‘어젠다 2020’을 발표하면서 올림픽 종목을 개최지 이외의 도시에서도 열 수 있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평창은 현재 계획된 장소 그대로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언급,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단독개최 고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분산개최론은 사라지지 않았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분산개최 촉구를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조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린드버그 조정위원장이 거듭 분산개최를 일축함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흔한 말로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회를 준비하는 평창조직위나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는 앞으로 대회까지 남은 3년이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대회 관련 교통망 확충, 경기장 건설과 사후 활용 방안에 기획 등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
분산개최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니 겁이 난다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1년 예산이 약 3조 원에 불과하고 재정자립도가 작년 기준 18.7%로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꼴찌에 가까운 15위이고, 부채 비율은 최상위권인 4위에 올라 있는 것이 오늘날 강원도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강원도의 재정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강원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유치 비용으로 수 백억 원을 썼고, 철도와 도로를 확충하는 데 앞으로 약 13조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차치하고 당장 1조6836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알펜시아 리조트의 분양이 턱없이 낮아 강원도가 98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고, 매일 1억 원에 이르는 이자를 허공에 날리고 있는 상황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강원도는 알펜시아로 인한 빚을 제외하고도 작년 기준 58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기간 중 5-6시간 동안 진행되는 개폐회식을 위해 1300억 원을 들여 건설하는 메인스타디움을 포함한 7개 경기장 건설에 7553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향후 3년간 약 3000억 원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 강원도는 약 2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1년 예산이 3조원에 불과한 강원도가 전체 예산의 3분의 2 규모의 부채를 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평창이 현재 계획대로 동계올림픽을 치르게 된다면 그대로 파산선언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기는 하나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가장 먼저 강원도의 재정적 재앙에 노출될 사람들은 결국 강원도민일 것이고, 강원도민 가운데서도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기존에 주어지던 복지혜택은 사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개최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인천이 올해 예산 가운데 장애인 복지예산부터 줄이고 있다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증언에서 이미 그와 같은 우려가 결코 우려에 그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어찌 됐든 모든 것은 결국 대회를 주최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있다.
IOC에서 분산개최 논의를 강하게 밀어 붙이지 않은 속내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IOC는 올림픽 개최의 조력자로서 개최 국가와 도시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 만큼 대회의 성공도 주최 측의 영광이지만 실패의 책임도 주최 측의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
문대성 IOC 선수위원은 지난 10일 방영된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실 한 가지를 공개했다.
문 위원은 자신이 이미 2012년부터 IOC와 평창조직위에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에 대한 제안을 했는데 IOC는 제안을 검토를 하고 받아들였지만 평창조직위 측은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작년 말 대회 분산개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평창조직위는 그 이전까지 IOC는 물론 그 누구로부터도 분산개최에 대한 어떤 제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문 위원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평창조직위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설령 평창조직위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그들의 선택이고 그들이 던진 주사위다. 이제 그 주사위가 도움이 되는 숫자를 내놓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남은 3년여의 시간 동안 대회 준비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이나 혼선이 다시 빚어진다면 이제는 정말 대회 준비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이미 대회 이후 강원도 지방 재정의 파탄적 상황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하지만 잘만 한다면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기장 건설과 사후 운영관리 방안의 수립, 스폰서 유치, 효율적인 대회 재정 운영, 대회 운영인력의 양성과 경험축적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논의가 종결된 지금. 단독개최 고수라는 주사위를 던진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렇게 과감히 주사위를 던진 데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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