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역주행? 손연재 리듬체조 '광주U' 살릴까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7.12 09:58  수정 2015.07.12 09:59

사상 첫 종합 1위 페이스..국민적 관심은 기대 이하

손연재 금메달 기대..특정 선수 힘으로 평가 뒤집기 어려워

손연재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선수단의 기대 이상의 선전에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가 안쓰러운 수준의 무관심 속에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8일째인 11일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이로써 한국은 종합메달 순위에서 금 35, 은 26, 동메달 21개로 러시아(금29, 은33, 동40개)와 중국(금29, 은16, 동13개)과 격차를 더욱 벌리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니버시아드 출전 사상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 획득 기록을 매일 갈아 치우고 있다.

대회 6일째였던 지난 9일 태권도 여자 57㎏급에 출전한 김소희(23·삼성에스원)와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금메달 30개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중국 선전 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 수(28개)를 2개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이틀이 지난 지금 한국선수단은 5개의 금메달을 추가했고, 앞으로 남은 경기일정을 감안했을 때, 기록은 매일 새로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같은 한국 선수단의 선전에도 대회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 수준은 전국체전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TV 중계방송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요 방송사 스포츠뉴스에서도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소식은 단신 처리에 그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종종 몇몇 종목의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과 함께 대회 흥행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대회 조직위원회와 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선수단에 대한 ‘립서비스’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광주시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5개 구청에 입장권 판매 협조를 요청했다. 구청별 규모 등을 감안해 입장권 협조 금액도 최소 6000만원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 책정, 협조요청 규모는 총 5억 원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시가 ‘협조 요청’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구별로 금액이 정해진 만큼 사실상 강매와 다름이 없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과정에서 보여줬던 광주시민들의 열기를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취재 기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사실 현재와 같은 초라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메르스 사태가 이번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던 상당수 국가들의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었고,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대회 개막 직전 불참을 선언해 대회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도마의 신’ 양학선의 부상 기권 등 대회 흥행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악재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대회의 ‘얼굴’이랄 수 있는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의 활약이 남은 대회 일정에 있어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발은 좋다.

손연재는 11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 첫날 볼(18.150점)과 후프(18.000점) 2종목 합계 36.150점을 받아 2위인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35.650점)를 0.500점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리자트디노바와 더불어 손연재와 메달을 다툴 것으로 점쳐지는 멜리치나 스타니우타(35.600점벨라루스), 마리아 티토바(35.050점러시아)는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인 마르가리타 마문, 3위인 야나 쿠드체나(이상 러시아)가 메르스 감염 우려로 불참한 가운데 손연재는 이날 참가 선수 37명 중 유일하게 18점대 점수를 받아 12일 남은 리본과 곤봉 종목 경기에서 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면 금메달 획득이 기대된다.

이날 경기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손연재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리듬체조 경기 티켓(티켓 값 2만원)은 지난 10일 모두 매진됐고, 이날 예매 취소된 티켓 500장이 현장에서 판매됐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총 8327석 규모의 경기장 내부에는 절반이 약간 넘는 관중들이 경기를 관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티켓은 모두 팔렸지만 경기를 보러 온 사람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현상과 닮았다.

어쨌든 손연재의 등장으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비로소 시작된 느낌이다. 하지만 손연재를 매개로 한 대회에 대한 관심이 대회 폐막까지 꾸준히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손연재가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대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포함해 여러 개의 메달을 획득한다고 해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흥행과 대회 전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특정 유명 선수 몇 명으로 활약이 대회의 흥행을 담보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북한의 참가 여부가 대회 성공의 관건이라는 인식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나 유효한 수준이다.

대회 주최 도시인 광주시민들에게도 전폭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광주 유니버시아드가 손연재의 활약으로 ‘흥행 역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그야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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