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오른쪽)는 무리뉴 감독의 거취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 게티이미지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리버풀이 결단의 칼을 빼들었다.
리버풀 구단을 소유한 펜웨이 스포츠 그룹은 5일(이하 한국시각), 성명을 통해 "팀의 성공을 위해 브랜던 로저스 감독과 결별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 감독 교체가 리버풀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리버풀은 로저스 감독 부임 후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투자 대비 성과에서 미흡했다.
급기야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그치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서 탈락하며 위기설이 감돌았고, 결국 극도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올 시즌, 3년 4개월 만에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결단은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1-1로 비긴 뒤 이뤄졌다. 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리버풀은 3승 3무 3패(승점 12)를 기록 중이다. 아직 반등의 기회가 남아있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리버풀의 경기당 득점은 고작 1.0점. 반면 전체 실점은 10점(경기당 1.25골)에 달하며 실제 선수들의 경기력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공석인 리버풀의 사령탑 자리에는 세계적 명장들이 거론되고 있다. 도르트문트서 게겐 프레싱 전략을 선보였던 위르겐 클롭을 비롯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서 물러난 카를로 안첼로티가 그들이다. 여기에 스완지 시티의 게리 몽크 감독과 사우샘프턴의 로날드 쿠먼, 아약스의 도날드 데 부르 등 현직 감독들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리버풀의 감독 경질 소식을 접한 첼시는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사우샘프턴에 충격적인 1-3 역전패를 당한 첼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첼시의 성적은 2승 2무 4패(승점 8)로 16위에 머물고 있다. 불과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다. 첼시의 현재 목표는 우승 경쟁이 아닌 강등권 탈출로 보인다.
첼시 부진의 표면적 원인은 수비 라인의 노쇠화다. 포백 라인을 책임지는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 그리고 ‘블랙홀’로 전락한 블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맥없이 뚫리고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에버턴의 존 스톤스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비진의 계속된 부진에 가려졌을 뿐 나머지 포지션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핵심 선수로 분류되는 에덴 아자르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장기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심 부활을 기대했던 임대생 팔카오는 처절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선수 장악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일부 선수들과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 현지 언론들로부터 불거지는 중이다. 여기에 시즌 초에는 팀 닥터였던 에바와의 잡음으로 어수선했다.
예전같았으면 벌써 감독을 경질하고도 남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먼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의 참모들에게 전문 경영을 맡겼다. 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래 지난 2003년 이후 무려 11명의 감독이 거쳤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저 구단주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제 아무리 챔피언스리그 우승 감독이라도 가차 없이 목이 잘렸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잦은 감독 교체가 효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첼시 성공의 시작이었던 무리뉴 감독과 다시 손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을 다시 경질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10년 역사를 지닌 첼시는 지난 1987-88시즌 리그 18위에 머물렀다. 역사상 6번째 강등이었다. 2년 뒤 복귀한 그들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개막과 함께 꾸준히 1부 리그를 지키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맡은 뒤에는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1-12시즌 6위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무리뉴 감독에게도 충격적인 성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감독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았던 UD 레이리아(포르투갈)에서의 첫 시즌, 7위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매년 우승권이었다. FC 포르투부터 지난 시즌까지 12시즌을 치렀고 무려 8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은 첼시 2기 첫 시즌이었던 2013-14시즌 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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