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히딩크, 모래알 첼시 휘어잡을 능력자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12.24 14:10  수정 2015.12.25 18:44

2009년 임시 감독 맡았을 당시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

현재 첼시도 전력보다는 모래알 팀워크가 가장 큰 문제

첼시 임시 지휘봉을 잡게 된 히딩크 감독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거스 히딩크는 ‘소방수’ 역할에 익숙한 감독이다.

과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거나, 혹은 부진에 빠져있는 팀을 맡아서 기대 이상의 반전을 일궈낸 경우가 많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이나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 유로 2008 4강 등은 모두 상대적 약체로 거론되던 팀들을 이끌고 히딩크 감독이 이룬 업적들이다.

첼시 사령탑을 맡은 것은 전임 무리뉴에 이어 히딩크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도 역할은 소방수였다. 2009년 2월 성적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던 히딩크 감독은 첼시 임시 사령탑으로 16승 5무 1패로 72.7%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당시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무관의 위기에 내몰렸던 첼시는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FA컵 우승으로 마무리하며 선방했다. 당시 러시아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투잡' 감독으로서의 부담과 한계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시대가 열린 이후 첼시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은 역시 주제 무리뉴 감독이다. 그러나 첼시에서 온전하게 제 발로 걸어 나온 감독은 오직 히딩크 뿐이다. 무리뉴 감독은 물론 구단 역사상 최초의 챔스 우승을 선사한 로베르토 디 마테오나 카를로 안첼로티,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같은 명장들도 첼시를 떠나는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FA컵 우승 이후 첼시 팬들과 선수단 사이에서 잔류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러시아와의 계약 기간을 지키기 위해 깔끔하게 물러났다.

임시감독이나 대행 신분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디 마테오나 베니테즈 감독도 있었지만, 첼시에서의 고별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팬들의 아쉬움과 갈채 속에서 명예롭게 퇴장했던 장면은 히딩크 외에는 없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다시 히딩크에게 SOS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히딩크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나 아르센 벵거, 위르겐 클롭같이 소위 전술가형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선수단에 대한 동기부여와 심리전에 능한 감독으로 꼽힌다.

6년 전이나 지금의 첼시는 전력상의 결함보다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와 팀워크가 흐트러진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첼시는 2009년 히딩크가 부임하자마자 팀 내분을 수습하고 단숨에 강호의 면모를 회복했다. 이번 시즌도 무리뉴가 사임하고 첫 경기였던 선덜랜드전에서 첼시는 이전과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부진이 팀 분위기와 관련된 상황이었음을 입증했다.

히딩크 감독에게도 첼시행은 축구인생의 명예가 달려있는 마지막 도전이다.

6년 전만 해도 당시 유럽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하나였던 히딩크지만 냉정히 말해 지금은 정점에서 내려와 한물간 감독이 됐다. 첼시 임시 사령탑에서 물러난 직후, 러시아-터키 대표팀과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 1부리그)를 걸쳐 최근에는 조국 네덜란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사임한 이후 어느덧 감독 커리어도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현장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뜻밖에도 첼시를 통해 컴백했다. 나이를 감안할 때 첼시는 그가 축구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맡는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시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다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단기 감독이기에 그만큼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히딩크 감독에게 큰 부담은 없다. 히딩크 감독과 첼시의 두 번째 재회는 과연 이번에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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