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로부터 독립 가능할까?
작품 자체의 독자적인 경쟁력은 아직
김준수 있기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기대
뮤지컬 '드라큘라'가 초연 당시 엇갈린 평가를 딛고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2의 '지킬앤하이드'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이지만, 적어도 가라앉거나 소멸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준수라는 든든한 존재는 이 작품의 긴 생명력을 예감케 한다.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드라큘라'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티켓 오픈 당시 압도적 티켓 판매량으로 예매처 1위를 석권할 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김준수 팬심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30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커튼콜의 열기는 근래 들어 가장 뜨거웠고, 공연 이후에는 작품에 대한 팬들의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쏟아졌다. 초연 관객의 재관람률이 유독 높은 것도 이 작품이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초연 당시 작품에 대한 평이 썩 좋진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인 모습이다. 당시엔 드라마의 개연성 부족과 내세울 만한 킬러 넘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지킬앤하이드'를 탄생시킨 신춘수 프로듀서를 비롯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연출 데이빗 스완(David Swan), 음악감독 원미솔 등이 참여하면서 제2의 '지킬앤하이드' 탄생이 기대됐기에 공허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앞서 지적됐던 단점을 보완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점이 돋보였다. 드라마의 개연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한 점이 눈에 띄었고 무대도 한층 화려하고 웅장해졌다. 회전무대와 조명 효과, 적절한 영상 활용은 작품에 생기를 더했다.
공연제작사인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는 2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원작자들에게 동의를 얻어서 대본은 물론 음악까지 수정할 수 있었다. 한국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 작품이 아직 100%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보기엔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드라마와 뮤지컬 넘버가 갖고 있는 한계를 뿌리째 바꿀 순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런 반전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개연성을 보충했다고는 하지만, 설득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제작진이 계속해서 작품 업그레이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데다, 김준수라는 흥행 보증수표를 갖고 있어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문제는 김준수 없이도 이 작품이 성공적 항해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 없이 작품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조승우나 김준수 없이도 흥행에 성공한 '지킬앤하이드'이나 '엘리자벳'처럼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무대에 오를 수 있는데, 아직 '드라큘라'가 그 정도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기 전까지 김준수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히 작품에 대한 김준수의 애착은 남다르다. 김준수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언제나 함께하고 싶을 만큼 뜻 깊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큘라'만큼 김준수 특유의 허스키한 보컬의 매력을 극대화해준 작품도 드물다. 드라큘라의 음산한 기운, 그리고 가슴을 여미는 아픔을 표현하는데 김준수의 쇳소리가 갖는 힘은 상상 이상이다.
신춘수 프로듀서 또한 "뮤지컬은 결정적인 감정선이 노래로 인해 전달된다"면서 "김준수의 감정 표현과 절절한 감성은 이 작품과 매우 훌륭하게 매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드라큘라로 돌아온 박은석은 이 작품이 일궈낸 가장 큰 소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준수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맑고 곱지만, 강한 힘이 객석 전체에 메아리친다.
김준수의 드라큘라가 어둡고 슬프다면, 박은석의 드라큘라는 좀 더 리듬감이 넘치고 분노의 감정이 극대화된다.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두 배우의 드라큘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박은석은 "초연할 때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는 아쉬움이 있던 공연이었다. 이번에 다시 하게 돼서 너무 반갑다"며 "초연 때 하지 못했던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드라큘라'는 200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 소설을 천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과 함께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김준수와 박은석 외에도 새롭게 합류한 임혜영, 진태화, 이예은, 강홍석 등이 색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2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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