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펜싱’ 올림픽 복싱, 파퀴아오 링에 오를까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02.26 16:30  수정 2016.02.28 00:25

국제복싱협회, 프로선수 리우올림픽 출전 허용 논의 중

포인트 위주 경기와 파이트머니 문제로 가능성 낮아

매니 파퀴아오(오른쪽). ⓒ 게티이미지

"우리는 최고의 복서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길 원한다. 프로 복서들도 제한 없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복싱협회(AIBA) 우칭궈 회장이 지난 24일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복서들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AIBA는 이달 초 회원국들에게 프로 복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으며 현재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고 있는 AIBA 집행위원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일반화 되어 있는 최근까지도 결코 프로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복싱이 결국 스스로 그 벽을 허물겠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칭궈 회장의 의지가 현재 AIBA 내부 논의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올림픽 무대에서 매니 파퀴아오나 게나디 골로프킨 같은 최고의 프로복서들이 올림픽 메달을 원할 경우 올림픽 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사실 프로 복서들의 올림픽 출전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올림픽에서 인기 종목 중 하나였던 복싱이 오늘날 올림픽 무대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추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복싱의 인기가 추락한 이유 역시 간단하다. 선수의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스포츠팬들이 기대하는 본질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 경기 그럴 수는 없겠지만 어떤 경기에서는 호쾌한 KO승부가 나오고, 그러는 가운데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스타도 나와야 올림픽 무대에서 복싱이 인기 종목으로서 대접을 받겠지만 현재 올림픽 복싱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1980년대 아마추어 복싱은 지금과 같은 양상은 아니었다. KO승부가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고, 프로 경기에서 TKO에 해당하는 RSC 승리는 자주 나왔다. 선수들의 펀치력이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고, 그에 따라 선수 개인에 대한 인기도 높았다.

또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룬 선수가 프로로 전향, 단기간에 세계챔피언이 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을 주관해 온 AIBA의 고민도 여기에 맞닿아 있었다.

그 결과 AIBA는 그 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아마추어리즘’을 내려놓고 지난 2011년부터 자체적인 프로리그인 APB를 추진했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세계 상위 랭커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프로복싱 단체들이 반발했지만 AIBA는 꾸준히 프로화를 진행시켜 왔고, 성인 선수들이 착용했던 헤드기어를 벗기는 등 제도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하지만 AIBA 체제 하에서 복싱의 인기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선수들의 펀치 정확도를 우선시 하는 채점 체계 하에서 화끈한 KO승부보다는 포인트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주먹 펜싱’같은 경기 운영이 여전히 승리에 유리한 상황에서 몇 가지 제도적 수정으로 선수들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런 경기로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만 못하지만 프로복싱은 꾸준히 화려한 기량을 자랑하는 스타급 복서들이 출현하고 이들이 천문학적인 수준의 파이트머니를 놓고 벌이는 경기들이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세기의 매치’가 비록 ‘세기의 졸전’으로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이들의 경기에 쏠렸던 세계적인 관심과 이 한 경기에 몰린 돈의 규모는 흥행이라는 면에서 프로복싱이 지닌 폭발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UFC 등 다양한 브랜드의 프로 격투기 스포츠 역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 AIBA 체제의 복싱이 대중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프로 복서들이 리우 올림픽 무대에 선다면 올림픽 복싱의 인기는 부활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할 때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복싱 종목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가 출전 선수들의 연령 제한이 있는 올림픽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시들한 이유와 비슷한 이유다.

이름값 있는 스타 복서들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올림픽 무대에서 복싱은 만족할 만한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AIBA 체제 하에서 복싱의 인기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 게티이미지

일단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 세계복싱평의회(WBC) 등 소위 메이저 프로복싱 단체의 챔피언이나 상위 랭커들이 거액의 파이트머니가 걸려 있는 프로 경기를 뒤로하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나설 지부터 미지수다.

돈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프로 복서들은 체급이나 경기 룰, 채점 기준 등이 프로 경기와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불의의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다 그동안 AIBA의 프로화 추진에 반발해 왔던 메이저 프로복싱 기구들도 AIBA 체제의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AIBA와 메이저 프로기구들의 '빅딜'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스타급 복서들의 올림픽 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로 구성된 미국의 ‘드림팀’이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와 NBA 무대에서 활약하던 유럽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조국의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서 맞붙어 숱한 명승부를 만들어 내면서 올림픽에서 농구가 큰 인기를 얻게 됐다.

또 세계 프로테니스 톱랭커들의 출전으로 그랜드슬램 대회와 같은 급이 된 올림픽 테니스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된 사례는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허용이 올림픽 흥행에 큰 도움이 된 대표적 성공사례다.

복싱도 올림픽 무대에서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길 희망하고 있겠지만 리우 올림픽 개막을 불과 6개월여 앞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재훈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