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느닷없이 금메달 후보? 설렘은 사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07.23 00:00  수정 2016.07.23 00:05

도핑 파문으로 러시아 올림픽 출전금지 가능성 제기

진검승부 메달 좋지만 팬들 '금메달이라면' 두근두근

손연재는 국제체조연맹 세계랭킹 5위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러시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금지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난 18일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스포츠 대회에서 정부가 개입된 조직적인 도핑 샘플 조작을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함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긴급 집행위원회를 통해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금지에 대한 법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WADA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 도핑 실태를 조사해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러시아 반도핑기구와 공모해 금지약물을 복용해왔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21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68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을 상대로 낸 리우올림픽 출전금지 징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IAAF는 지난해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 육상의 조직적인 약물 복용 사실을 발표한 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러시아의 도핑 문제가 육상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광범위하게 걸친 문제라는 점, 그리고 일부 선수들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 ‘조직적 일탈’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세계 스포츠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IOC로서도 특단의 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참가가 무산될 경우, 리우올림픽 전체 판도에 미칠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 가능성이라는 변수에 당연히 한국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리듬체조의 손연재는 러시아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 불참하게 될 경우, 단순한 메달리스트 후보가 아니라 일약 금메달리스트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된다.

리우올림픽 메달 노리는 손연재. ⓒ 게티이미지

현재 손연재는 국제체조연맹 세계랭킹 5위다. 랭킹에서 손연재에 앞서 있는 4명의 선수 가운데 3명이 러시아 선수들이다. 랭킹으로만 놓고 보면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경우, 손연재의 랭킹은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세계랭킹 4위)에 이어 2위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에서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기록한 한국 리듬체조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 순위(5위)를 경신하는 것과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은 물론 금메달까지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된다. 손연재와 금메달을 다툴 경쟁자는 세계랭킹 4위 리자트디노바, 6위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정도다.

지난 수 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쉼 없이 경쟁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쟁을 펼쳐온 선수들로 장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대회 때마다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다른 색깔의 메달을 나눠 가져온 선수들이다.

올림픽 메달이 걸린 개인종합만을 놓고 보면 손연재가 나머지 경쟁 선수들에 비해 다소 밀렸다는 점에서 려왔다는 손연재가 금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현재 상황만으로도 손연재나 손연재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로서는 설레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유쾌할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라는 변수가 손연재의 리우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한편으로 보면 손연재가 실제로 메달을 따더라도 그 가치가 평가절하 될 수 있다. 손연재가 금메달리스트가 됐을 경우,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질 가혹한 저평가는 손연재를 힘들게 할 수 있다.

메달 획득 여부와는 관계없이 강력한 우승후보인 러시아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치른 진검승부에서 손연재가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다면, 그 편이 손연재에게는 훨씬 뿌듯하고 마음 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 참가여부에 상관없이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금메달은 금메달이다. 동서냉전시대에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 LA 올림픽은 그야말로 ‘반쪽 짜리’ 올림픽이었지만 이들 대회에서 선수들이 따낸 메달의 가치와 메달을 따내기까지 그들이 기울인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온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손연재에게 유익한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그 기회를 꼭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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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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