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멀어진 한화, 비극 아닌 희극?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9.21 10:33  수정 2016.09.22 09:45

사실상 불가능한 10연승 하더라도 KIA가 훨씬 유리

김성근 감독 극단적인 투수 기용, 부상 초래?

극단적인 운용을 했던 한화가 가을 야구와 멀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2007년 이후 9년 만에 가을 야구를 노리던 한화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화는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의 홈경기서 3-11 대패했다.

LG는 5연승을 내달리며 4위 굳히기에 돌입했고, 갈 길 바쁜 한화는 와일드카드 확보 마지노선인 5위 KIA와의 승차가 4.5경기 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한화의 희망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10경기를 남겨둔 한화는 남은 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둘 경우 70승 3무 71패(승률 0.496)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9경기를 앞둔 KIA가 5승을 따내야 하는데 한화의 10연승보다 KIA의 5할 승률이 훨씬 쉬어 보인다. 즉, 한화의 가을 야구는 산술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무척 어렵다는 뜻이다.

한화의 5강 탈락은 당연한 수순이며,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

김성근 감독은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변칙적인 마운드 기용으로 구설에 올랐다. 선발 투수는 그저 먼저 나오는 투수에 불과했으며 불펜 중심의 극단적인 운용으로 내일이 없는 야구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한화의 야구는 처절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시즌 초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최하위를 전전했고, 7월에 와서야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단 한 번도 5위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마운드를 지탱하던 투수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구원 부문 최다 이닝 1~2위에 오른 권혁과 송창식은 순위 싸움이 긴박해진 지난달 말 약속이라도 한 듯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고, 여전히 적지 않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일각에서는 가을 야구가 멀어진 한화의 현주소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승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 투수 2~3명을 제외한 가용 자원 모두가 투입되기 일쑤다. 한화의 경우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가 바로 다음날 선발로도 나선 사례가 있어 포스트시즌에 나섰다면 많은 투수들의 과부하가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무리한 투구는 정규시즌보다 더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아무래도 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부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006년 자신의 팔꿈치와 팀 우승을 바꾼 배영수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가을 야구가 멀어진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극단적인 야구만을 고집하고 있다. 9월 들어 확대 엔트리로 선수 기용의 폭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화에는 눈에 띄는 새 얼굴이 나서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계약기간은 3년으로 내년 시즌까지다. 계약 마지막 해, 자신의 야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불펜 중심의 운용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성적과 미래,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한화팬들의 근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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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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