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이 현재 32개국 체제로 운영되는 월드컵을 48개국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문호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월드컵 운영방식은 시대와 함께 변화를 거듭해왔다. 현 32개국 체제는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이어져왔다. 당시 FIFA는 종전 24개국-6개조 체제였던 월드컵을 출전국 32개국-8개조로 확장했다. 조 3위 상위 4개팀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제도도 폐지되고 각 조1,2위 팀이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월드컵 참가국 확대를 주장했다. 처음엔 40개국으로 확대를 주장했지만 이번엔 48개국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차이는 조별리그 운영방식의 변화다.
FIFA의 새로운 운영안에 따르면, 본선에 진출한 48개국 중 톱시드 16개팀이 조별리그로 직행하고, 나머지 32개팀이 대진 추첨에 따라 단판전을 치러 조별리그 진출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올라온 16개팀과 톱시드 16개팀과 조별리그에 오르면 이후의 진행 방식은 종전 월드컵과 동일하다.
현재 대륙별로 분포된 본선 티켓 수는 유럽 13장, 아프리카 5장, 아시아 4.5장, 남미 4.5장, 북중미 3.5장, 오세아니아 0.5장, 그리고 개최국 1장이다. 새로운 방식대로라면 본선 티켓 16장이 추가로 주어짐에 따라 각 대륙 국가들의 본선 진출의 문이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반드시 유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한국은 1986년 이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컵 본선의 단골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운영방식이 바뀔 경우 톱시드 자격을 얻지 못하면 조별리그 진출이 어려워진다. 고생해서 지역예선을 통과하더라도 단판전 1경기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대신 FIFA랭킹이 높은 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축구 강국들은 매우 유리해진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북중미, 오세아니아 중에서 톱시드 팀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 톱시드팀들은 가뜩이나 전력의 우위는 물론 단판전을 거쳐 올라온 팀들에 비해 체력적 우위까지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대륙 격차만 더 벌리는 핸디캡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은 이유다.
대회 자체의 수준 하락 가능성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참가국이 확대되면 필연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국가들도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전력차이로 인해 일방적인 승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단판 승부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비톱시드 국가들은 수비적이고 지루한 축구에 의존하게 될 확률도 크다. 유로 2016의 부작용에서도 드러났듯이 대회 흥행과 수익만을 고려한 성급한 변화는 월드컵의 가치를 하락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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