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는 5명의 한국인 지도자들이 활약했는데 홍명보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다. ⓒ 연합뉴스
레전드로 남을 만큼 훌륭했던 선수가 명장이 되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한국축구의 레전드로 꼽혔던 홍명보 감독이 또 시련을 맛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뤼청이 중국 프로축구 2부리그로 강등됐다.
항저우는 지난달 30일 중국 항저우의 황룡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옌볜 푸더와의 ‘2016 중국 슈퍼리그’ 최종 30라운드에서 2-2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1 추가에 그친 항저우는 8승8무14패(승점32)로 15위에 머물렀다. 14위 산둥과는 승점 2점차. 총 16개팀으로 구성된 중국 슈퍼리그 1부는 하위 2개팀인 15위와 16위가 다음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되는 구조다.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는 5명의 한국인 지도자들이 활약했는데 홍명보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다.
시즌 중반 부임한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이 2위(승점57)로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장외룡 감독이 지휘한 충칭 리판은 8위(승점37)로 그 뒤를 이었고, 박태하 감독이 이끈 옌볜은 9위(승점37), 이장수 감독이 이끄는 창춘 야타이는 12위(승점35)를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 1부리그 생존 경쟁이 치열하던 상황에서 이장수의 창춘은 홍명보의 항저우를 밀어내고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고, 박태하의 옌벤은 최종전에서 항저우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인 지도자들 대결에서 밀린 것이 항저우 강등에 결정타가 된 셈이다.
홍명보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지만 ‘의리축구’ 논란에 휩싸이며 졸전 속에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비판이 쏟아졌던 팀 운영 합리화, K리그를 ‘B급’으로 매도하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축구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사실상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홍명보 감독에게 중국 무대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항저우가 빅클럽은 아니지만 홍명보 감독에게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1부리그 생존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중국도 홍명보 감독에게는 결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하지만 이번에도 홍명보 감독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항저우가 다른 중국의 부자 구단들처럼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클럽은 아니었지만, 홍명보 감독 역시 주어진 전력 하에서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즌 중반 이후 11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다. 옌볜전 포함 마지막 8경기에서 1승4무3패에 그치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 이장수 감독의 창춘은 9월초까지만 해도 항저우에 6점차 뒤진 강등 1순위였다. 그러나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명장으로 인정받는 이장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창춘이 막판 4경기를 모두 이기며 극적으로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홍명보 감독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창춘 역시 2011년 이후 줄곧 하위권을 전전하던 그저 그런 클럽에 불과했다. 사령탑 한 명의 경험과 역량이 팀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이어 첫 클럽 지휘봉을 잡은 항저우에서도 첫해부터 2부리그 강등이라는 쓴맛을 봤다. 중국도 홍명보 감독에게는 결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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