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 없는 타카노리, 명백한 연패 원인
지난 17일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도 서브미션 패배
프라이드 시절의 단순한 패턴으로는 연패 탈출 어려워
‘더 파이어볼 키드’ 고미 타카노리(38·일본)는 프라이드 시절 일본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파이터였다.
힘 좋은 서양 파이터들에게 동양 파이터들이 맥을 못 추던 때 파워풀한 타격을 앞세워 화끈한 넉 아웃 행진을 이어갔다. 아웃 파이팅이나 그라운드 테크닉이 아닌 정면에서 펀치로 서구 파이터들을 깼던 타카노리 포스에 아시아 팬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UFC에서의 다카노리는 프라이드 시절과는 너무도 달랐다. 전성기가 지나 진출한 탓도 있지만 변화하는 MMA흐름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며 연패를 거듭했다.
지난 17일(한국시각)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UFC 파이트 나이트 111'는 생존이 걸린 한판이었다.
2014년 4월 아이작 밸리-플래그(40·미국)에 판정승 이후 마일스 쥬리, 조 로존, 짐 밀러에게 연패를 당한 상태에서 존 턱(32·미국)에게 진다면 희망이 없었다. 아시아 스타 파이터라는 메리트도 없다. 김동현-정찬성-최두호(이상 한국) 등 다카노리를 대체할 상품성을 지닌 파이터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타카노리는 존 턱에게마저 무너졌다. 경기 초반 잠시 압박모드에 돌입하는 듯했지만 존 턱의 반격에 움찔하며 물러났고, 파운딩 연타와 함께 백포지션에서 이어진 초크 공격에 무력하게 탭을 쳤다. 결과를 떠나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MMA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과거 링 무대 프라이드와 옥타곤 UFC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이를 입증하듯 UFC에서 성공한 다른 단체 선수들은 옥타곤에 맞게 진화했다.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라이트헤비급에서 헤비급으로 신체 개조를 하는 상황에서 인파이팅, 아웃파이팅 등 약한 맷집과 체력을 상쇄하기 위해 자주 변신을 시도했다. 마크 헌트 또한 펀처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테이크다운 디펜스 등 그라운드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기에 UFC에서 전혀 다른 파이터로 반등할 수 있었다.
마우리시오 쇼군은 프라이드 시절 UFC까지 포함해 최강자로 평가받았다. UFC에 진출하던 당시 상당수 팬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우려를 샀다. 프라이드 시절 그를 ‘스탬핑 대장군’으로 불리게 한 스탬핑 킥과 사커 킥을 쓰지 못하게 됐기 때문. 하지만 쇼군은 펀치 테크닉을 갈고 닦아 챔피언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반면 타카노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자세를 낮춘 채 천천히 상대를 압박하다가 기회를 노려 양훅으로 공격하는 것 밖에 없다. 앞손 잽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이트, 니킥, 발차기 등 다양한 타격 옵션에 능한 것도 아니다. 다카노리와 붙는 상대는 그가 무엇을 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공격옵션이 단순하면 스텝을 살리거나 옥타곤을 넓게 쓰며 치고 빠지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고미는 그런 식의 패턴도 없다. 맷집은 여전히 좋은 편이라 난타전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체력이 받쳐주기 어렵다. 타격에 대한 방어나 테이크다운 방어도 나아진 것이 없다. 그라운드 약점을 안고 있어 상대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기만 해도 움찔해 펀치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다.
UFC에서 타카노리는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연패의 이유가 분명하다. 다카노리가 변하지 못한다면 그의 성적 역시 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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