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연 1.25% 유지…지난해 두 차례 인하 효과 지켜볼 듯
경제지표 부진 속 통화정책 완화 지속…꿈틀거리는 주담대 '변수'
한국은행이 새해 처음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에만 두 번에 걸쳐 인하를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까지 끌어내린 만큼, 당분간 시장에서의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가 떨어지면서 다시 꿈틀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은 17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를 지속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린 상태다.
이번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지난 2~8일 금융투자협회가 94개 기관의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하를 점친 응답은 나머지 1%에 그쳤다.
한은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기준금리 조정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지표가 아직 회복세라고 평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장 거둬들이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 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7개월째 두 자릿수 대를 나타내던 감소율이 한 자릿수 대로 다소 축소됐지만, 13개월 연속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에 머물며,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0%에 크게 못 미쳤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면서도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다만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나며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확대된 유동성이 계속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경우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달 말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653조6000억원으로 한 달 새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6년 11월(6조1000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액수다. 12월 기준으로만 보면 2015년(6조2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런 와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0%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같은 기간 1.78%로 0.03%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7월 처음 도입된 신 잔액 기준 코픽스도 0.06%포인트 내린 1.49%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은행들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내렸다는 의미다.
금통위는 "금융 시장에서 가계대출의 증가 규모가 확대됐고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