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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격랑속으로...조원태 vs 조현아 ‘빅뱅’


입력 2020.01.31 19:11 수정 2020.01.31 19:4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세력 구축 현실화

조원태와 지분 차이 없어...이명희·조현민 선택은

팽팽한 대결 구도 지속되면 국민연금·소액주주 변수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격랑 속에 휘말리게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힘을 합쳐 3차 공동 전선 구축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정면승부는 불가피해졌다.


양측의 우호 지분 차이가 없어진데다 이들이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이라는 카드로 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돼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는 3월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대결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31일 공동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측과 이달 중순 3자 회동을 수차례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사실이 알려지며 공동 전선 구축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 날 입장 발표로 현실화된 것이다.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의 전반의 경영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조원태 회장의 체제에서는 문제가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들 3자가 전문경영인 도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조 전 부사장으로서는 경영권에 대한 개인의 욕심이 이난 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KCGI와 손을 잡은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CGI는 지난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총수 일가를 견제해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KCGI는 한진그룹이 계속 적자를 내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터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호텔 경영에 애착을 보여온 조 전 부사장과는 경영에 대한 방향성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또 적과의 동침을 택한 것은 가족 경영을 강조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과 밀수로 인한 관세법 위반 등으로 그룹의 대외 이미지를 하락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진그룹 측은 이 날 3자 공동전선 구축 발표에 대해 "그룹 입장을 준비 중으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이들의 3자 합작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안갯속에 휘말리게 됐다. 주주총회에서는 명분과 원칙보다는 결국 세력이 중요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미 KCGI가 단일주주로는 최대인 17.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한진그룹 경영 참가를 선언한 반도건설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며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까지 모은 상태다.


여기에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까지 합세해 이들 3자의 총 지분은 31.98%가 돼 조 회장의 지분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2.45%로 한진그룹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카카오(1%)를 더해도 33.45%여서 차이는 1.47%에 불과한 상황이다.


안건 의결 정족수가 출석주주의 과반수 이상임을 감안하면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치열한 표 확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한진가 남매의 정면대결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캐스팅보트는 둘의 어머니이자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둘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쥐게됐다.


재계에서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가족경영 유지를 감안하면 이 고문이나 조 전무가 자칫 오너가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수 있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기는 하다. 다만 지난해 말 조 회장과 이 고문이 갈등을 빚은 것에 비추어보면 조 회장이 아버지의 가족경영 유지를 적극적으로 살리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대열에서 이탈하게되면 조 회장으로서는 치명적일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4.11%)의 선택과 함께 약 30% 수준에 이르는 소액주주들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만약 현재 예상대로 팽팽한 지분 대결 구도가 이어질 경우, 승부는 소액주주들의 참여와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주총까지 남은기간 동안 양측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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