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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발 코로나 사태…유통업계·일용직 둘다 울었다


입력 2020.05.30 05:00 수정 2020.05.30 03:0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일용직,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는 셈…“생계형 투잡족 많아”

유통업체, 물류센터 폐쇄에 따른 손실 및 소비자 불안 해소 등 과제 산적

마켓컬리 물류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단지에서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차량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마켓컬리 물류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단지에서 마켓컬리 로고가 새겨진 배송 차량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이커머스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고정으로 일하는 정규직보다 일감에 따라 단기적으로 근무하는 일용직 근무자 비중이 높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여러 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폐쇄적인 물류센터의 공간적 특성과 1000여명이 넘는 근무자가 한 데 모여 근무하는 업종별 특성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쿠팡 부천, 고양 물류센터와 마켓컬리 서울 장지동 상온센터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온라인 유통업계와 일용직 근무자 모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들은 물류센터 폐쇄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일손 부족 등의 이유로, 일용직은 일자리 상실로 인한 생계유지 어려움 때문이다.


◇물류센터 폐쇄…“일용직 생계수단의 단절로 작용”


코로나19의 여파는 사회적으로 약한 고리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강력하게 미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식업 등의 부진으로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온라인 장보기가 생활화되면서 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물류센터는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사태에서도 다수의 확진자들이 복수의 물류센터나 콜센터 같은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다가 감염을 확산시킨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28일 현대그린푸드 경인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경우 지난 12~17일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뒤 24~26일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서 일한 일용직 근무자로 확인됐다.


또 잠시 주말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했던 20대와 40대 콜센터 직원 두 명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쿠팡 물류센터까지 이어진 부천 돌잔치 집단 감염의 연결고리였던 사진사, 그 역시 주중에는 택시를 몰고 주말에 ‘투잡’을 뛰었던 40대 가장이었다.


문제는 이런 근무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물류센터는 밀폐된 공간이 많은 데다, 일용직과 같은 단기 근무자들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어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거기다 마스크 착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매번 감시하기 어렵고, ‘무증상 전파자’가 50% 이상에 달한다는 점 역시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기 물류센터 근로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역설적이게도 잘 살아 보려는 젊은이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물류센터를 전부 폐쇄하면 당장 근무자는 일자리 상실로 생계 유지 수단을 잃게 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명의 동료 확진자로 인해 근무지를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일부 확진자의 경우 보건당국의 권고하는 '아프면 쉬기' 등 방역지침을 어기고 근무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물류센터와 같은 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 일자리 장벽이 높아지면서 단기 알바가 가능하다는 점과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매력적인 일자리로 손꼽혀 왔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신모(28)씨는 “물류센터 알바의 가장 큰 장점은 근무시간과 급여를 들수 있다”며 “특히 다른 알바의 인력소에서 대기를 하다가 허탕을 치고 집에 가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그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근무한 4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후에 자가 격리 권고를 받았으나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 인천시 부평구의 한 콜센터 일부가 폐쇄됐다. ⓒ뉴시스 28일 오후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근무한 4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후에 자가 격리 권고를 받았으나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 인천시 부평구의 한 콜센터 일부가 폐쇄됐다. ⓒ뉴시스
◇유통업계 피해도 일파만파…“막대한 손실 감수 부담, 향후 리스크 관리 중요”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속출하면서 유통업계도 고민도 깊어졌다. 확진자 한명이 나오면 물류센터 폐쇄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내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 감염 불안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수 물류센터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한 곳만 문을 닫아도 당장 배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물류센터를 폐쇄하게 되면 가장 큰 걱정은 임직원들의 안전 문제다”면서 “그 다음으로는 전부 직매입 상품이다 보니 어찌보면 회사의 자산인셈인데 이를 밖으로 내보낼수가 없으니 상품 판매에 따른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유통물류 박사)은 “물류회사 같은 경우에는 고정물량이라는게 있는데 이커머스 업체는 요일별로 물동량이 다르기 때문에 그날그날 배송 상황에 맞춰 인력을 조정해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지난 2~4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순풍을 타고 매출을 바짝 올렸는데, 또 다시 코로나19라는 낙하산을 타면서 하루 아침에 고꾸라 지는 신세가 됐다”면서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업태다. 일용직을 탓 할 것도 업체를 탓할 것도 아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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