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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고 싶다” 1/5 받는 김연경 끌어당긴 힘은?


입력 2020.06.08 00:01 수정 2020.06.09 07:4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복귀 결정했을 때부터 연봉은 고민 대상서 제외

마지막 소망 ‘올림픽 메달’에 모든 것 걸고 결정

김연경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V리그로 돌아오는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에게 연봉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김연경은 지난 6일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18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금액이라면 1/5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최고대우도 아니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연경의 연봉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금주 중 예정한 입단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이 직접 밝히겠지만 흥국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경은 흥국생명 선수들을 위해 스스로 연봉을 낮췄다.


V리그 여자부의 2020-21시즌 샐러리캡은 23억원(연봉 18억원, 옵션 5억원)인데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이미 10억원을 지출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에게 줄 수 있는 최고액은 6억5000만원(연봉 4억5000만원+옵션 2억원)에 그친다.


김연경은 그것마저도 거절했다. 흥국생명에 제시했던 액수에 절반 밖에 되지 않는 3억 5000만원에 사인했다. 6억 5000만원을 받게 될 경우, 흥국생명이 나머지 14명의 선수와 6억 5000만원 안에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복귀로 인해)후배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김연경에게 연봉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심 고민이 깊었을 흥국생명도 김연경의 월드클래스다운 결정에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김연경이 국내 무대 복귀를 앞두고 걱정했던 문제는 V리그의 전력 불균형이다.


김연경 합류로 흥국생명은 세계 최정상급 레프트와 리더를 맞이한다. 김연경에 V리그 최고의 레프트 이재영까지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 2명을 보유한다. 한 명이 전위에 위치하고, 다른 한 명이 백어택을 준비하면 상대 블로커들은 괴롭다. 여기에 라이트 루시아 프레스코까지 포진하면 흥국생명의 공격진은 환상 그 자체다.


다른 팀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는다. 다른 구단 감독들도 이런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배구팬들은 ‘생태계 파괴’라는 표현을 쓰며 흥국생명의 일방적 독주를 우려했다. 이런 반응으로 인해 김연경도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김연경은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유럽 무대에서도 맹활약한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이룰 것을 대부분 이뤘다. 터키 리그 MVP,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MVP, 올림픽 득점왕과 MVP까지. 하지만 올림픽 메달이 없다.


김연경에게 선수로서 마지막 소망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4년간 맥이 끊겼던 올림픽 배구 메달이다. 여자배구의 황금세대를 이끌었던 김연경은 2012 런던올림픽 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MVP로 선정됐다.


김연경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높은 타점과 힘이 넘치는 스파이크, 코트를 호령하는 목소리, 집중 견제까지 따돌릴 정도의 노련미까지 쌓인 김연경은 런던-리우올림픽 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서른을 넘어선 김연경에게 도쿄올림픽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연경은 지난 1월 입국 때도 “(도쿄는)마지막 올림픽이라 더 간절하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메달을 깨물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로서 내년까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뛸 무대가 필요하다. 유럽 무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시즌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국에서 뛰면 다른 리그에 비해 치료나 몸 관리에서도 유리하다. 대표팀 일정 때문에 한국을 오가면서 따르는 체력적 부담도 덜 수 있다.


경쟁팀들은 괴로울 수 있지만 많은 팬들이 지지하는 김연경의 꿈이다. 배구붐이 일어나고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김연경만의 꿈은 아니다. 연봉의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큰 가치를 쫓는 김연경은 역시 월드 클래스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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