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발베르데 감독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
소방수 세티엔 감독도 그리즈만 사용법 못 찾아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에 앙투안 그리즈만까지 가세한 FC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삼각편대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었다. 개개인이 뛰어난 기량을 보유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즈만은 프랑스 축구대표팀에서 원톱 올리비에 지루보다 한 단계 낮은 2선에 포진해 프리롤로 움직이며 원터치 패스와 세밀한 연계 플레이, 페널티 박스 침투 등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랑스는 유로2016 준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리즈만은 중심축이 아니다. 에이스 메시와의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친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전임 감독은 그리즈만을 왼쪽 측면으로 배치해 3명의 공존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리즈만은 최전방 투톱에서의 한 자리, 오른쪽 윙 포워드, 2선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에 반해 왼쪽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은 전반기 리그 1위에도 지난해 12월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수페르코파에서 패하자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부임 3년차로 접어들었지만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경기력 향상 조짐이 나타나지 않은 게 경질의 원인이다.
바통을 이어 받은 키케 세티엔 신임 감독은 발베르데보다 좀더 높은 점유율과 패스를 통한 경기 운영에 비중을 둔다. 세티엔 체제 하에 바르셀로나는 공식 12경기 8승 1무 3패를 기록, 무난한 성적표를 거뒀다.
약팀을 상대로 꾸준히 승점을 챙겼지만 정작 강팀과의 일전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발렌시아 원정에서 패했고, 코파 델 레이 8강에서는 아틀레틱 빌바오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에서도 0-2 완패하며 비판을 받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나폴리와 1-1로 비겼다.
27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 2점 앞선 불안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임 발베르데 감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원정 경기력 저하, 그리즈만 사용법에 대한 고민을 세티엔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세티엔 감독에게 팀을 수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 당초 반월판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수아레스의 복귀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수아레스는 최근 팀 훈련에 합류하며 복귀전을 치를 준비를 마쳤다.
사실 세티엔 감독은 아직까지 메시, 그리즈만, 수아레스 삼각편대 조합을 한 차례도 가동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아레스의 이탈로 인해 안수 파티,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를 기용하거나, 미드필더인 아르투로 비달을 윙포워드로 올려 쓸 만큼 선수 기용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바르셀로나는 리그 11경기, 챔피언스리그 나폴리와의 16강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소방수 세티엔 감독이 라 리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려면 공격진 삼각편대의 파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오는 14일 기성용 소속팀 마요르카와의 28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마요르카와의 전반기 맞대결서 5-2 승리했다. 당시 메시(3골), 수아레스(1골 1도움), 그리즈만(1골 1도움)이 모두 폭발하며 대승을 합작한 바 있다. 이 경기는 발베르데 감독이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