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총리, 도쿄올림픽 개최 놓고 오락가락 언행
올림픽 바라보며 한계와 싸우는 국가대표들 '어수선'
"정치적인 이슈와는 무관하게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20 도쿄올림픽을 45일 남겨둔 지난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막바지 훈련에 한창인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한 말이다.
종목별 훈련장을 두루 방문한 이 회장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피땀 흘린 시간이 최소 5년 이상이다. 이제 올림픽이 45일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훈련에 매진해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발휘해 달라"고 덧붙였다.
올림픽을 최고의 무대로 여기며 모든 것을 걸고 피땀 흘리는 선수들의 훈련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개최국 일본은 오락가락 언행으로 도쿄올림픽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입장을 고수해왔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참의원 결산회의에서 논란을 초래하는 발언을 뱉었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내 책임이다. 지키지 못하면 (개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취소나 연기의 구체적 기준은 내놓지 못했다. 스가 총리는 “선수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취소 결정을 도쿄도와 올림픽 위원회에 떠넘기는 책임 회피성 발언도 이어갔다.
스가 총리는 "나 자신은 주최자가 아니다"면서 "도쿄도와 조직위원회, 일본올림픽위원회, 패럴림픽 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경기 침체와 3.11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IOC는 물론 미국에도 지원을 요청했던 스가 총리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전에도 한 차례 했던 발언이지만 일본 내 도쿄올림픽 연기-취소 여론이 치솟는 반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출범 이후 최저치(37%요미우리신문 발표)에 닿은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눈길을 모은다.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 민심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수위 조절하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강행 기류에 작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해석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스가 총리의 발언 이후 당장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전혀 없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일부 후원사들의 연기 제안 보도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지켜보는 세계인들도 불안하지만, 올림픽을 최고의 무대로 여기며 하루하루 담금질 중인 선수들은 불확실성에 더 애가 탄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독도 문제까지 이슈화 되면서 보이콧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도쿄올림픽 지도를 고집하는 가운데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TBS 의뢰/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정치권에서는 일본이 지도에 독도 표기를 강행한다면 도쿄올림픽을 보이콧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올림픽 불참’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앞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들은 오늘도 피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한계를 느낄 만큼 벅찬데 일본의 정치적 야욕과 국제 정세, 그리고 국내서 일어나는 독도 이슈까지. 개최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는 요즘은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