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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농구 대통령’ 허재, 이젠 ‘예능 대통령’ 노린다


입력 2021.07.15 13:32 수정 2021.07.15 13:3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운동선수 출신의 순발력과 재치로 예능계 장악

아들 허웅·허훈 서포트로 활동 반경 넓혀

ⓒKBS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전성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방송가엔 스포츠 선수 출신의 예능인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이젠 ‘선수’보단 ‘예능인’으로 자리한 강호동을 시작으로 안정환 이동국, 박찬호, 박세리, 현주엽, 김동현 등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가를 누비고 있다.


최근에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람은 단연 농구선수 출신 허재다. 용산고, 중앙대, 기아자동차 등을 거치며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농구 시절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선수였던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쳐 50대 중반에 ‘예능 꿈나무’ ‘예능 샛별’이 됐지만 그의 인생 2모작인 예능은 그야말로 ‘풍년’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허재의 이미지는 ‘무서운 감독’으로 통했다. 2011년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었던 그는 그해 중국 우한에서 열린 농구국가선수권대회 도중 중국 기자들이 여러 차례 치욕적이고 몰상식한 질문을 던지자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하고 있어, 짜증나게”라며 욕설을 하고 회견장을 뜨는 모습으로 여전히 회자된다.


또 2013년 10월 프로농구 전주 KCC 감독으로 있던 허재는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경기 도중 나온 심판의 블락(슛하는 공을 가로막는 행위) 판정에 “이게 블락이야? 이게 블락이냐고”라고 항의했다. 이는 농구팬들에 의해 ‘불낙’(불고기+낙지)으로 바뀌어 불리면서 예능의 유행어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그가 출연하고 있는 JTBC ‘뭉쳐야 쏜다’의 농구팀 이름 ‘상암 불낙스’ 역시 이 유행어로부터 비롯됐다.


이런 몇몇 사건들 탓에 허재는 ‘욱허재’ ‘다혈질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모습이 MZ세대들의 취향을 적중했다. 특유의 솔직한 성격으로 할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맛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혈질 아저씨의 엉뚱한 행동, 천진난만한 미소는 그 나름의 ‘반전’ 효과도 있다. 더해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역할을 했다.


ⓒKBS

“지난해까지는 아버지가 예능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말 잘하는 듯하다. 말을 잘한다. 아버지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농구를 할 때는 화를 많이 내니까 얼굴도 안 좋았고 흰머리도 많이 났다. 그런데 요즘에는 젊어졌다. 운동 예능 덕에 건강관리도 되는 듯 하다.”


아들 허웅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농구선수 시절, 운동능력은 물론 코트 전체를 보며 지능적 플레이를 했던 허재의 능력은 이제 예능판에서 발휘되고 있다. 운동선수, 감독으로서 보여줬던 강인함 보단 순수한 반전매력을 보여주고, 동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아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운동선수 출신 예능인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운동선수의 순발력은 예능에서도 적중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스포츠 선수들을 대거 섭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경기의 전체를 보고 순간순간 영민하게, 민첩하게 반응해야하는 스포츠 선수의 재치는, 예능인의 미덕과도 닮아 있다.


여기에 허재는 술자리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상대의 말을 받아치는 센스나 순발력도 예사롭지 않다. ‘뭉쳐야 찬다’에서 유행시킨 “그거슨(그것은) 아니지” 역시 술자리에서 자주 했던 그의 말투다.


2019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능 활동을 시작한 허재가 더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두 아들 허웅(29·DB), 허훈(27·KT) 선수의 서포트 덕분이었다.


‘안싸우면 다행이야’ ‘나 혼자 산다’ ‘허영만의 백반기행’ ‘비디오스타’ ‘업글인간’ ‘옥탑방의 문제아들’ ‘티키타카’ ‘놀면 뭐하니?’ 등 내로라하는 프로그램에 두 아들과 함께 출연했고, 최근엔 ‘코삼부자’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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