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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⑥] 우리 농업이 주도하는 ‘미래의 보물’ 미생물


입력 2021.08.26 07:01 수정 2021.08.27 09:03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청국장・된장 등 발효식품 주목

흑사병 등 재해 요인도 미생물

미래가치 위해 국가차원 연구 필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에서 냉동보관된 미생물을 정리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청바지 주 원료인 데님의 염료에 미생물이 쓰인다는 얘기 들어본적 있어? 미생물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다양하게 개입하는 존재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 보일만큼 큰 효과를 내는게 바로 미생물이지. 청국장과 된장 등 발표식품에도 미생물은 존재하고 있어. 농업에서는 미생물을 활용한 농작물 개선사업이 한창이야. 최근 주목을 받는 바이오・대체에너지 등 산업에서도 미생물이 재조명 되는 분위기야. 앞으로 보물과 같은 미생물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


최근 생활용품에서 냄새를 분해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미생물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페니실린’이 미생물을 활용한 대표적 성과다. 농식품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미생물 산업이 중요한 가치로 인정 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에서 미생물은 친환경 농업 등으로 발전하면서 ‘상생의 아이콘’이 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농업미생물 시장은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중 90%에 가까운 3조3000억원이 발효식품 시장이다. 가축용 생균제 1000억원, 미생물비료 297억원, 미생물농약 139억원 등이 뒷받침 하고 있다.


◆알수록 빠져드는 미생물 세계


미생물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크기의 생명체다.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 원생 동물로 분류될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웠던 지구에 가장 먼저 출현해 이산화탄소(CO2)와 태양광에서부터 산소를 만들어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고, 직접 동식물로 발전돼 현재와 같은 지구를 만든 것이 바로 미생물이라고 정의한다.


미생물은 다양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인류 음식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또 다양한 산업공정에 촉매로 활용되고 이제는 인류의 병을 고치는 백신 등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권순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관은 "가장 작은(微) 생물이지만 인류에게는 꼭 필요한 아름다운(美) 생물인 미생물은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未)의 보물(Treasure)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활용성 높은 미생물 자원 다양성을 확보하고 미생물 유전자원 강국 실현을 위한 DB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권순우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관이 동결건조앰플 보존실에서 앰플들을 살펴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실제로 미생물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의 생물체다. 일반적으로 현미경을 통해서만 보이는 크기인 마이크론(micron, μm, 백만분의 1m)이거나 더 작은 크기를 가졌다.


사람들은 대체로 해로운 생물체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해로운 종류는 1% 미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로운 종류가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생태계에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미생물 없이는 생명체의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다.


미생물은 외형과 크기에 따라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藻類), 원생동물의 5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가장 작아 나노미터(10억분의 1m)정도다. 박테리아(세균)는 가장 잘 알려진 미생물로 마이크론 단위의 크기로 존재한다.


균류는 술이나 발효음식을 만드는 주역이다. 단세포인 효모, 다세포인 곰팡이, 거대균류인 버섯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 조류는 광합성능력이 있는 식물에 가까운 종류이며, 원생동물은 운동성을 가져 동물에 가까운 아메바류 등을 총칭한다.


미생물은 약 38억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이자 지구를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꾼 주역이다. 고세균에서 진화한 남조류(藍藻類,시아노박테리아)가 태어나면서 비로소 대기 중에 산소가 생성된 것이다.


남조류는 태양광과 CO2를 이용해 산소와 탄산칼슘을 배출하고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성장하던 최초의 독립 영양생명체로 남아 있다. 실제로 남조류가 배출한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38억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됐으며 호주 샤크베이(shark bay)에 살아있는 화석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포도주부터 청국장・된장까지…발표식품의 진화


미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분야는 단연 농식품이다. 우리가 알만한 식품들은 대부분 미생물을 활용한 것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인 포도주와 식초는 기원전 1만년, 빵은 기원전 400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돤다.


BC 6000년 경 메소포타미아(현 시리아)에서 포도주와 식초를 만든 유적이 발견됐으며 이후 이집트, 그리스로 전파됐다는 연구결과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초(vinegar)는 포도라는 뜻의 'vin'과 시다라는 의미의 'aigre'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


미생물은 농업에서 오랜기간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신품종 개발과 유전자원 발굴 등 꾸준한 미생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배군득 기자

발효식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업이 발달되기 이전부터 서민들 식탁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왔다. 서양에서 발달한 치즈나 요구르트 등은 기원전 3000년 경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우연히 발견된 발효음식이다. 저장이 어려운 유제품의 저장기간을 늘렸을 뿐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 등 공급원으로서도 우수한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베트남의 느억맘, 일본의 즈게모노, 인도의 아차르 같은 채소절임, 우리나라의 젓갈, 장류(醬) 등은 동양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으로 꼽힌다.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어패류, 채소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계절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등의 유용한 공급원인 셈이다.


콩을 발효시킨 메주는 곰팡이와 고초균의 종류에 따라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청국장과 낫토는 균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모할 수 있다.


나라마다 자연환경이 달라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발효음식이 탄생해 국가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정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된장과 청국장, 일본의 미소, 인도의 스자체, 중국의 두시, 부탄의 리비잇빠, 네팔의 키에짜는 모두 콩으로 만든 장(醬)류다.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불가리아의 요구르트, 일본의 사케,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는 국가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성장했다.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는 된장과 청국장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WHO)와함께한국인이 평소 자주 섭취하는 식품과 장내 미생물 균총의 상관관계를 관찰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된장, 청국장 등 콩으로 만든 한국 전통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장 내에 건강한 유익균과 다양한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리 몸속에 다양하게 분포할수록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진 유익한 미생물이 평소 식습관과 깊이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결과다.


청국장은 건강발표식품으로 세계 음식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진청이 건강한 한국인 성인 222명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식품 섭취 습관과 장내 미생물 균총을 분석한 결과, 콩 발효식품을 포함해 해조류와 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장내 미생물 다양성(α-diversity)1) 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콩 발효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장 속에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 유박테리움(Eubacterium)과같은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인 10명에게 발효된 청국장 찌개와 발효시키지 않은 콩 찌개를 1주일 간격으로 번갈아 섭취하게 한 뒤 혈액에서 이소플라본대사체를 분석해보니 청국장 찌개를 먹은 사람이 이소플라본을 11.9% 더 잘 흡수했다.


연구 결과 중 발효식품 섭취와 장내 미생물 균총에 대한 연구 내용은 Nutrients 13 (2021년), 콩 이소플라본 흡수에 관한 내용은 Food Chemistry 330 (2020년)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영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콩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라며 “앞으로 서양인 식습관과 비교해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 건강상 이점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계속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월 2일 [新농사직썰⑦]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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